[사설] 국민의힘 혁신 끝이 ‘검사 대통령·검사 비대위원장’인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2대 총선 정국을 이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21일 지명됐다. 한 전 장관은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 제의를 수락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고, 이임식까지 치렀다. 한동훈 비대위는 오는 26일 여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내 출범한다. 정부·여당이 ‘검사 대통령’과 ‘검사 비대위원장’ 체제가 되는 것이다.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지명된 것은 김기현 전 대표가 지난 13일 돌연 사퇴한 이후 8일 만이다. 여당은 국회의원·당협위원장·상임고문단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지만 ‘어비한’(어차피 비대위원장은 한동훈)이었다. ‘윤석열 아바타’, 정치 경험 부재라는 반대론이 개진됐지만 친윤이 밀어붙였다. 한 전 장관이 후임 법무장관 내정 없이 당으로 직행하는 것은 윤 대통령 의중이 실리지 않고선 가능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한 전 장관을 지명한 이유는 높은 인지도와 비정치인 출신의 참신함이다.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국면을 전환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 전 장관은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윤 정부 ‘황태자’다. 여권 위기의 본질은 수직적 당정관계인데, 윤 대통령 분신이 여당 사령탑이 되면 용산 직할 체제는 더 노골화할 게 뻔하다. 가뜩이나 ‘검찰 공화국’ 비판이 큰데도 여당 비대위원장까지 검사 출신이 맡는 것은 민심에 역행한다. 이것이 ‘반성하고 변하겠다’던 윤 대통령의 약속이고, 여당이 원했던 혁신의 끝인지 묻게 된다.
지금까지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독주·불통에 반론을 제기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지난 19일에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공작’이라고 규정해 윤 대통령 부부를 앞장서 비호했다. 한 전 장관은 그동안 야당을 무시·조롱하는 공격적 언사로 여당 지지층의 박수를 받았지만, 여당 지도자의 태도여선 곤란하다. 야당과의 대화와 설득 대신 대결과 갈등을 부추긴다면 협치가 설 자리가 없다.
한 전 장관은 비대위원장 수락 소감으로 “국민의 상식,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앞장서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불식하는 것은 한 전 장관의 몫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당 쇄신을 주도하고, 총선 공천에서도 검사들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특히 민심과 어긋나는 대통령에게 제 목소리를 내고 용산과의 종속적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한 전 장관이 새로운 변화로 중도층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여당의 ‘총선 구원투수’가 아니라 ‘패전처리 투수’가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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