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설명할 새 문법을 찾아나선 ‘미래유물전 in 오산 – 창조적 반복’
살기 위한 매일의 활동이 생업이 되고 생업은 곧 그 사람이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억척스럽게 한 길만 간 길은 문화가 되고 장인이 됐다.
지역문화장인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과 작품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는 전통을 오래된 그대로의 고수로 말하기에는 설득력이 낮아졌다며 전통을 설명할 새로운 문법을 찾아 나선 전시가 열렸다.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경기지역에서 활동하는 장인들을 집중 조명한 ‘미래유물전 in 오산-창조적 반복’전이다.
지난 15일부터 오산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그동안 지역문화원이 습관적으로, 전통을 예술 장르로만 접근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창조적인 반복을 통해 장인이 되고 전통을 만들어내고 지켜온 지역문화장인이 미래의 유물이라는 지점과도 맞닿아 있다.
이를 위해 경기도문화원연합회에서 선정한 7명의 장인을 집중 조명했다. 6개의 섹션에서 던지는 일관된 질문은 ‘우리는 전통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이다.
“가죽이 그렇게 힘들어요. …요새처럼 이틀 동안 비 왔을 때는 가죽이 푹푹 꺼지고, 날이 너무 개면 탱탱해지고…”.
평생 한국의 울림을 담아온 국가무형문화재 ‘악기장(樂器匠)’ 북 제작 보유자 임선빈씨는 유년시절 청력을 잃었다. 평생 북을 만들면서 남은 한 쪽도 잘 들리지 않는다. 첫소리를 닮은 영신북을 제작하는 것이 소망인 그의 삶은 다큐멘터리 등으로도 상영된다.
또 경기천년생활장인인 김영환 장인의 ‘칼-쇳덩이를 변주하다’, 평택, 아산 인근에서 종종 맛볼 수 있는 김장의 한 형태인 준김치를 담그는 평택 김치장인 이인자씨의 ‘준치김치-바닷맛을 담그다’, 안산 대부도에 사는 이구영 장인의 ‘공예-쓸모를 발견하다’, 옻칠 작업의 백골부터 완성품까지 제작 과정을 딸에게 전수하는 나전칠기 송영회·김미정 장인(남양주)의 ‘옻-빛을 올리다’ 등 장인들이 매일 써내려간 반복의 기록이 그들이 삶과 함께 담겼다.
초대작가 미디어 아티스트 송주형의 작품 ‘流(류) The Flow’와 안규조 소목장의 디자인을 오마주한 설치물도 관람할 수 있다.
몸 전체의 감각으로 매일매일을 시인처럼 써내려갔던 반복과 또 반복, 우리는 이것을 전통이라 읽는다. 전통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삶은 전시에서 그 어떤 특별함이 과장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매일을 몸으로 부딪히고 했던 것을 반복하고 부단히 노력하고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그 여정조차 포장하지 않는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전문가가 된, 취미가 아닌 생업과 직업으로 연결된 맥락을 탐구하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 문화적 맥락과 맞닿게 된 지역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조명한다.
“자식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안했을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이 일을 선택한건 잘했다고 생각해요.”, “작은 불량도 만들지 않으려고 꼼꼼히 작업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고 그만큼 좋아해주고, 자신 있게 우리 낙인을 찍어서 나갈 수 있다는 거가 자부심”이란 송영회 장인의 말처럼.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시는 장인과 우리가 오래도록 함께 겪은 경험과 서로의 몸에 새겨진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김대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은 “더 나은 내일의 경기도를 위해 오늘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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