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재정 강화" 자화자찬했지만, 재정준칙 허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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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 재정 기조가 더욱 강화됐다."
여야 합의 이후 대통령실까지 나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는 명분을 강조했으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2.8%)이 재정통계를 총지출 기준으로 바꾼 2005년 이후 최소 증가폭이란 점에서 지출 확대를 줄인 건 맞지만,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3.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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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보다 3,000억 원 적어
정부 강조 재정준칙 훼손
“건전 재정 기조가 더욱 강화됐다.”
21일 2024년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감액(4조2,000억 원)‧증액(3억9,000억 원) 과정을 거쳐 정부안보다 3,000억 원 적은 656조6,000억 원으로 최종 확정된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온 정부‧여당에 ‘명분’을 건네준 야당은 ‘실리’를 챙겼다. 정부가 전년 대비 5조2,000억 원 감액, 야당‧과학계의 큰 반발을 산 연구개발(R&D) 예산은 정부안보다 6,000억 원 순증해 26조5,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여파로 기본계획 재검토까지 밝혔던 새만금 사업도 3,000억 원 늘었다. 정부안에선 새만금 신공항 건설 사업 예산으로 66억 원만 편성했으나, 이번에 261억 원 추가됐다. 고속도로(1,139억 원)‧항만(1,190억 원) 등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확대됐다.
새만금 SOC에다, 서청주~증평 고속도로 건설‧지하철 9호선 연장 사업까지 더해져 내년 전체 SOC 예산(26조4,000억 원)은 당초보다 3,000억 원 늘었다. 올해 본예산(25조 원)보다 1조4,000억 원 증액된 규모로, 본예산 대비 증가율(5.6%)은 내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2.8%)의 두 배에 달한다.
민생경제 부담 완화를 위한 예산도 일부 증액했다. 소상공인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이자 일부 감면(3,000억 원),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 인상분 일부 한시 지원(2,520억 원)이 대표적이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을 1년 연장(690억 원)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주택융자 공급 규모도 확대(1,800억 원)한다. 수도권 교통 개선 대책 일환으로 혼잡도가 높은 서울 4·7·9호선과 김포 골드라인에 전동차를 추가 편성하는 한편, 광역버스도 증차(118억 원)하기로 했다.
여야 합의 이후 대통령실까지 나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는 명분을 강조했으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2.8%)이 재정통계를 총지출 기준으로 바꾼 2005년 이후 최소 증가폭이란 점에서 지출 확대를 줄인 건 맞지만,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3.9%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위해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준칙의 상한선(3% 적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재정 건전성 달성 기준으로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재정준칙을 스스로 허물었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값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가채무 증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국가채무 전망치는 1,195조8,000억 원으로 올해(1,134조4,000억 원·본예산 기준)보다 61조4,000억 원 늘게 된다. 채무 증가폭이 이전 정부보다 감소했지만, 현 정부에서도 매년 수십조 원씩 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내년엔 51.0%를 기록하게 됐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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