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제 강제동원 직접 배상하라는 대법, 정부·일본 존중하라
대법원이 21일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8년 대법원이 가장 앞서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과 같은 취지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2018년 이후 3년 안에 제기한 비슷한 소송은 모두 인정하기로 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2018년 판례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까지 5년이나 시간이 더 걸린 것은 유감스럽다. 그사이 일부 피해자들이 작고하며 정의의 실현을 보지 못했다.
이번 판결에 한국 정부는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기존 판결 원고들처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판결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만 밝혔다. 일본 정부는 도리어 한국 외교관을 초치해 유감을 표한 뒤 ‘한국 정부가 알아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뒤늦게 실현된 정의에 대해 자국 정부 반응은 미지근하고, 가해국 반응은 ‘내 알 바 아니다’라는 격이다. 피해자들은 재판에서 이기고도 당당하게 판결 집행을 요구하지 못하고 한·일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니, 이 무슨 기막힌 상황인가.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피고 일본 기업들 대신 국내 기금으로 배상하는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라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해법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8년 대법 판결의 모순 상태를 “조화롭게 해결”한 것이라고 틀린 주장을 했다. 일본 측에는 나중에라도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총리의 사과는 불충분했고, 그 후로도 일본 기업들의 기금 참여는 없었다. 다수 한국민들뿐 아니라 피해자들도 이 해법을 지지하지 않았다. 일부 피해자들이 국내 기금에 의한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자 정부는 그 돈을 법원에 맡기는 식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법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 상황은 윤 대통령이 피해자들 의사를 존중하지 않았고, 사법부 판결을 한·일 양국 간 걸림돌로만 여기며 무리하게 한·일관계를 개선하려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날 판결은 한·일 정부 간 어설픈 타협으로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수십건의 비슷한 판결이 더 나올 것이다. 너무 멀리 온 것 아닌가 하겠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이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적어도 ‘이제 다 해결됐다’는 윤 대통령 입장은 지속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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