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D·지방교부세 깎으면서 또 ‘감세 폭주’, 이 악순환 멈춰야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했다.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했고,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도 세금을 면제받는 범위를 종목당 5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증시 큰손들이 절세를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아치워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얄팍한 핑계로 ‘세수 펑크’에 아랑곳없이 감세에 나선 셈이다. 나라살림이 거덜 나건 말건 부자들 세금은 깎아주겠다는 정부의 무신경에 놀라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부는 당초 2025년까지 대주주 기준을 종전대로 유지하자는 여야 합의를 무시했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인 입법예고 기간도 5일로 단축했다. 이틀 전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가 대주주 기준 완화를 시사하더니 일주일 만에 시행령 개정을 끝내기로 한 것이다. 부동산 거래 차익에 세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식 거래로 소득이 생겼다면 세금 내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조세정의를 외면한 채 군사작전 벌이듯 ‘감세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이처럼 신속하고 기민하게 추진한 기억이 없다. 감세 드라이브는 끝이 아니다. 이날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이 처리돼 내년부터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는 이들은 부모로부터 1억5000만원을 증여세 부과 없이 물려받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폭주’는 미래 투자마저 위축시켰다. 이날 통과된 내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4조6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여야는 정부 안보다 6000억원을 증액했다고 발표했지만 ‘말장난’이다. 윤 대통령이 ‘연구·개발 카르텔’을 언급한 게 발단이 됐지만, 실은 세수결손이 커지면서 긴축 필요성이 높아지자 만만해 보이는 R&D 분야에 칼질한 것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올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3조원 줄어 각종 사업이 중단되고 공공서비스가 위축되고 있다. 감세로 세수가 펑크 난 책임을 이렇게 지방에 전가해도 되는 것인가.
가뜩이나 경제 침체로 세금이 잘 걷히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부자감세와 긴축정책은 경제활력을 죽이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감세로 빚어진 세수부족에 맞춰 예산을 잘라내는 나쁜 정책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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