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귀마개로 꽁꽁 싸맨 출근길… "장갑 껴도 손이 얼얼"

조희연 2023. 12. 21.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올 첫 한파경보
아침 기온 영하 14도까지 내려가
강원 향로봉 체감온도 영하 37도
“너무 추워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일부 기업 최강 한파에 재택근무
계량기 터지고 하늘길·뱃길 끊겨
빙판길 연쇄추돌사고도 잇따라
충남·서해안·제주도는 대설특보

“이 정도면 재해 수준의 한파 아닌가요.”

21일 최강 한파가 불어닥치며 전국이 얼어붙었다. 출퇴근길 시민들은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장갑, 귀마개 등으로 중무장하고도 추위에 떨어야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이날 아침 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며 올겨울 첫 한파경보가 발효됐다. 체감온도는 영하 22.3도를 기록했다. 강원 향로봉은 아침 기온 영하 25.3도, 체감온도는 영하 37.7도까지 떨어졌다. 제주 서귀포조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로 영하권이었다.
체감 기온이 영하 22도까지 떨어진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력한 추위에 방한용품으로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선 시민들도 패딩과 목도리, 장갑 사이로 들어오는 찬 공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서울 용산구로 출근한 직장인 주모(28)씨는 “너무 추워서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장갑을 껴도 손이 시렵다”며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었다. 추위를 피해 재택근무를 실시한 회사도 있다. 직장인 최모(30)씨는 “한파 소식을 듣고 회사에서 필수 근무인원만 제외한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게 했다”고 전했다.

추위는 낮에도 계속됐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영하 9도에서 영상 2도 사이로 대부분 지역에서 영하권을 보였다. 직장인 김모(30)씨는 “한파 때문에 히터 성능이 떨어져서 히터를 계속 틀어도 사무실이 춥다”며 “보통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1시30분이면 직원들이 우르르 밥을 먹으러 나가는데, 오늘은 ‘밥 먹으러 나가기 두렵다’면서 한동안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많은 눈이 쏟아진 지역도 있다. 이날 오전 9시 대설특보가 내려진 충남과 전남·북 서해안, 제주도에는 시간당 1~5㎝씩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제주 한라산 삼각봉 45.8㎝, 전북 군산(말도) 36.2㎝, 충남 태안(근흥면) 31.2㎝, 충남 서천(춘장대) 27.5㎝, 전북 순창(복흥면) 23.3㎝, 전남 영암(시종면) 22.8㎝ 등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중부수도관리소에 동파된 계량기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전국을 휩쓴 한파와 대설에 시설피해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수도계량기 동파는 150건 발생했다. 서울이 90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8건, 강원 15건 순이었다. 경기에서는 수도관 동파가 3건 발생했다. 현재는 모두 복구됐다.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큰 차질을 빚었다. 제주공항을 중심으로 항공기 지연 운항과 결항이 잇따랐다. 제주 4편, 김포 3편 등 12편의 항공기가 결항했다. 여객선은 인천~목포 등 57개 항로 68척이 멈춰 섰으며 전남 6곳, 충남 4곳 등 지방도 12곳이 통제됐다. 월출산과 설악산 등 5개 국립공원 84개 탐방로도 막혔다.

폭설과 강추위에 빙판길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3시30분 충남 당진시 신평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면 229㎞ 지점에서 화물차와 고속버스 등 9대가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50대 버스 기사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10명이 다쳤다. 경찰은 미끄러운 빙판길에 폭설로 인해 시야 확보까지 어려워지며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눈길에 쾅쾅쾅… 서해안고속도로 9중 추돌 21일 오전 3시30분쯤 충남 당진시 신평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면 229㎞ 지점에서 화물차와 고속버스 등 9대가 잇따라 부딪혀 50대 버스기사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고 지점은 눈이 많이 내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이날 오전 9시11분 한 교차로에서 7.5t 화물차와 군내버스가 충돌해 버스 탑승객 4명이 다쳤다. 이어 낮 12시4분 서천군 마서면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군내버스와 제설차가 충돌해 버스 승객 등 19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경찰은 두 사고 모두 빙판길을 달리던 차량이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아직 중대본이 집계한 공식 인명 피해는 없다. 한랭질환자는 20일 3명 발생해 이달 1일부터 누적 85명으로 늘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온 교통사고가 잦았지만, 한파·대설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어서 중대본 인명 피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이번 추위가 23일 아침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동지(冬至)인 22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0∼영하 5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9∼영상 2도로 예보됐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는 더욱 낮겠다.

조희연·구윤모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