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살 깎는 고통 감내해야”···유가족, 이태원특별법 본회의 상정 불발 비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본회의 상정이 21일 불발되자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은 결단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28일로 예정된 차기 임시국회 본회의에선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성명문을 내고 “하룻밤 사이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지 419일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참사 유가족들은 매서운 추위 속에 온몸을 내던져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십 수일간 노숙을 하고, 눈 덮인 국회 담장길을 따라 오체투지 행진도 했지만, 끝내 국회는 특별법 본회의 통과로 화답하지 않았다”면서 “유가족들이 얼마나 더 살을 깎고 뼈가 녹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이 절박한 절규의 답을 얻을 수 있을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계는 지난 18일부터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 중이다. 오체투지는 두 무릎과 두 팔꿈치, 이마 등 신체 5곳을 땅에 대며 온몸으로 절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 특별법의 골자는 참사 발생 원인·수습 과정·후속 조치 등에 대해 독립적으로 진상규명 조사를 벌이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이다.
유가협은 “이태원 참사는 위험 징후에 대한 정부의 무시와 외면, 재난 예방과 구조 체계의 총체적인 실패로 발생한 사건임이 명백하다”면서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국민이 생명과 안전을 잃은 사건의 진상을 정부 기관의 입김에 영향받지 않고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경찰 특수본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보여준 한계 잘 알면서도 특별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가협은 “답답한 심정에도 28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는 반드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여야가 함께 통과시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면서 “오늘부터 국회에 허락된 마지막 일주일 동안 여야 최선을 다해 협의하여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하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되지 않았다”면서 거부했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여야 합의 처리를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조정안까지 제시했다. 저만이 아니라 엄동설한에 국회 밖에서 (오체)투지를 하면서 법안 처리를 요청하는 유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이기도 하다”며 “과거 세월호의 경험을 볼 때 여야 합의해서 처리돼야만 제대로 집행되고 실질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민심의 법정서 이재명은 무죄”···민주당 연석회의 열고 비상행동 나서
- 40대부터 매일 160분 걷는 데 투자하면···수명은 얼마나 늘어날까?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은반 위 울려퍼진 섬뜩한 “무궁화꽃이~”···‘오징어게임’ 피겨 연기로 그랑프리 쇼트 2위
- ‘신의 인플루언서’ MZ세대 최초의 성인···유해 일부 한국에 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