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 ‘왈칵‘ 눈물 보인 손흥민, 녹화 재개 요청까지...암 투병 팬에 '감동' 선사한 만남
[포포투=김아인]
손흥민이 토트넘 훗스퍼 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감정에 북받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프리미어리그(PL) 사무국은 20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손흥민을 놀라게 한 토트넘 팬과의 훈훈한 순간-팬의 편지”라는 글과 함께 영상을 공개했다.
사무국이 공개한 '팬의 편지'는 구단의 팬이 소속 선수에게 사연을 보내면 해당 선수가 답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이벤트다. 해당 영상에서는 편지를 받은 손흥민이 주인공이었다.
영상의 내용은 이러했다. 손흥민에게 토트넘의 오랜 팬인 지미의 쌍둥이 딸 탈리아와 엘리나가 편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지미가 토트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지미는 직접 차를 몰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직관을 가기도 했다. 토트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손흥민을 열렬하게 보고 싶어하는 등 토트넘을 향한 그의 애정을 전달했다.
그러나 아픈 사연이 있었다. 지미는 10년간 암과 싸우는 중이었다. 췌장암은 사실상 완치가 어려웠고, 이미 암 세포는 림프절과 간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탈리아와 엘리나는 축구가 힘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경기를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연을 읽기 시작한 손흥민은 잠시 울컥한 듯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잠시 감정을 추스리고 다시 편지를 읽기도 했다. 이어 "편지를 읽고 정말 감명 깊었다. 마음에 정말 많이 와닿았다. 나는 좀 감성적인 사람이다. 편지가 내 마음을 울린다. 이들을 위헌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나에게도 큰 추억이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화면에서 손흥민은 지미의 가족들을 토트넘 훈련장에 초대했다. 지미와 딸들은 토트넘 선수들과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만나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손흥민은 직접 사인한 자신의 유니폼을 선물하기도 했다.
손흥민도 지미의 가족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는 “병마와 끝까지 잘 싸워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힘내길 바란다. 진심을 담아, 쏘니가"라고 직접 편지를 작성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PL)에서 어느덧 9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독일 무대를 거쳐 2015-16시즌 토트넘 훗스퍼에 입단하면서 영국 생활을 시작했다. 지적받던 단점들을 보완해 나갔고, 점차 토트넘의 에이스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금은 바이에른 뮌헨으로 간 케인과 ‘손케 듀오’로 47골을 합작하며, 디디에 드로그바와 프랭크 램파드가 첼시에서 만든 36골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다골에 올라섰다.
기량은 2021-22시즌 만개했다.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두고 모하메드 살라와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당시 살라보다 한 골이 부족했지만, 노리치 시티전에서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총 23골로 동시간대 1골을 추가한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유럽 5대 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운 기록이며, 페널티킥 골 하나 없이 이뤘다는 점에서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로 인정받기 충분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을 한껏 모았다. 득점왕을 업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티켓까지 거머쥐며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지휘하는 토트넘은 막강해 보였다. 그러나 토트넘은 시즌 초반에만 반짝했을 뿐 부진의 늪에 빠졌다. 콘테 감독이 새롭게 영입했던 히샬리송이나 이반 페리시치가 기대에 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선수들의 부조화도 반복됐다.
손흥민 또한 골 침묵이 길어졌다. 설상가상 월드컵을 앞두고 안와 골절 부상을 당했다. 전혀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대회를 끝마쳤고, 토트넘에서도 전 경기에 출장했다. 시즌이 막을 내린 후 손흥민의 기록은 10골 6도움이었다. 이전보다는 낮았지만, 7시즌 연속 두 자릿 수 득점에 성공했고, PL 통산 100호 골이라는 업적까지 만들었다. 시즌을 마치고 8-9개월 동안 참았던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손흥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면서 손흥민은 절치부심했다. 프리시즌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손흥민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다짐했다. 기존 주장직을 맡았던 위고 요리스가 주전에서 물러나고 해리 케인이 팀을 떠나면서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부주장으로는 제임스 메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임명됐다.
예고한 대로, 우리가 ‘잘’ 아는 손흥민이 돌아왔다. 개막 초반 손흥민은 주로 뛰던 왼쪽 윙어 자리에 나섰다. 득점보다는 연계와 찬스 메이킹에 신경을 쓰면서 팀을 도왔다. 최전방에 나선 히샬리송의 부진이 계속되자 손흥민은 4라운드 번리전부터 그를 대신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결과는 확실했다.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손흥민의 득점 감각은 폭발했다.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의 활약으로 팀은 5-2 대승을 거뒀다. 이후 셰필드전에서는 침묵했지만, 북런던 더비 아스널전서는 멀티골로 값진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리버풀전에서도 2경기 연속 득점을 터트리며 토트넘이 6년 만에 리버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
9월 한 달 동안 펼친 활약으로 3년 만에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PL 사무국은 손흥민이 4경기에서 6골을 넣었고, 50분당 1골을 넣었다고 전했다. 또 15번의 슈팅과 3번의 기회 창출을 만들어냈다고 알렸다. 훌리안 알바레즈(맨체스터 시티), 제로드 보웬(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페드로 네투(울버햄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키어런 트리피어(뉴캐슬 유나이티드), 올리 왓킨스(아스톤 빌라)를 밀어내고 손흥민이 선정됐다.
개인 통산 4번째로 수상한 이달의 선수였다. PL 입성 후 2016년 9월 처음으로 수상했고, 이후 지난 2017년 4월과 2020년 10월에도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손흥민은 티에리 앙리, 앨런 시어러, 프랭크 램파드 등과 PL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사상 손흥민보다 더 많은 상을 받은 선수는 6명뿐이다.
득점포를 꾸준히 쏘아올렸다. 풀럼과의 9라운드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2-0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어진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도 또 한 번 득점을 맛봤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토트넘은 무패 행진을 달리며 오랜만에 최고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맨시티전에서도 빛났다. 토트넘은 이른 시간 손흥민의 골로 먼저 앞서나갔다. 전반 6분 역습 상황에서 데얀 쿨루셉스키가 길게 올려준 공을 받은 손흥민이 빠르게 돌파했고, 제레미 도쿠와의 경합을 이겨내며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4경기 만에 터진 시즌 9호 골이었다. 맨시티를 상대로 8골을 기록하며 평소 맨시티에 강했던 면모를 제대로 발휘했다.
그러나 3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맨시티의 프리킥 상황에서 훌리안 알바레스의 킥이 손흥민의 다리에 맞으면서 자책골이 됐다. 맨시티는 필 포든의 역전골로 1-2를 만들며 전반전을 리드했다. 절치부심한 손흥민은 후반 10분 로 셀소에게 패스하며 동점골에 어시스트까지 기록했고, 극적인 3-3 무승부를 이뤄냈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는 손흥민에게 토트넘 선수들 중 가장 높은 8점을 부여했다. 손흥민은 1골 1도움 외에도 드리블 2회 성공, 패스 성공률 84%(19회 중 16회), 키패스 2회, 지상 경합 3회 성공, 공중볼 경합 1회 성공 등을 기록했다.
공식 MOM에도 선정됐다. PL 사무국은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맨시티전 MOM을 손흥민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팬 투표로 진행된 MOM은 손흥민이 40.8%의 득표율을 가져갔다. 손흥민의 뒤를 이은 홀란드는 33.3%로 2위에 해당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사력을 다했다. 웨스트햄전에서 손흥민은 경기 종료 전 교체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날 손흥민은 교체 직전 패스를 하던 도중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듯 주저앉았고, 절뚝이며 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의 부상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뉴캐슬전에서 부진에 빠져있던 팀의 해결사로 나섰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이 최전방에 복귀하면서 다시 왼쪽 윙어 포지션으로 출전했다. 전반 26분과 전반 38분 우도기와 히샬리송의 골은 모두 손흥민의 패스로 연결된 골이었다. 후반 49분에도 손흥민은 페널티킥 기회를 얻어내면서 직접 키커로 나섰고, 깔끔하게 골문 구석으로 꽂아넣으면서 네 번째 골을 성공시켰고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을 칭찬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이 초반부터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가 공을 가질 때마다 정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자신의 역사를 또 한 번 새롭게 썼다. 리그 10호골을 기록하면서 8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해리 케인, 티에리 앙리, 웨인 루니, 프랭크 램파드, 사디오 마네, 세르히오 아구에로까지 PL 역사상 단 6명만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었다. 손흥민이 뒤를 이어 7번째 선수가 됐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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