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국회 통과... 청년 월세 등 민생 지원 방점, R&D·SOC 등도 증액
내년 우리나라 예산이 당초 정부안보다 3000억원 감소한 656조6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안과 비교하면 예비비 8000억원과 이자 상환 비용 2500억원 등 총 4조2000억원이 줄었고, 서민·취약 계층 민생 지원 등에 3조9000억원을 늘렸다. 삭감 규모가 컸던 연구·개발(R&D) 분야와 새만금·지역 화폐 예산도 늘었고, 사회간접자본(SOC)에도 뭉텅이 추가 투자가 이뤄진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기획재정부는 “R&D·새만금 관련 예산은 현장 목소리를 경청해 필요한 부분을 보완한 것”이라며 “증액 예산엔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사업도 크게 불었다”고 밝혔다.
◇청년 월세 등 민생 지원에 무게
정부·여당은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며 민생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우선 소상공인·청년 등을 위한 지원이 확 늘었다. 예컨대 소상공인의 높은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취약 차주의 대출 이자를 줄이는 데 3000억원을 지원하고, 영세 소상공인에게 전기 요금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데에도 2520억원을 추가로 쓰기로 했다.
사회 초년병인 청년들의 주거비 마련 등에도 돈이 더 풀린다. 올해 종료될 예정이던 ‘청년 월세 한시 특별 지원’의 지원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 위해 예산 690억원이 더 늘어난다. 청년 월세 특별 지원이란, 높은 주거비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 부담을 줄여주려고 청년들에게 최대 월 20만원씩, 12개월 동안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치솟은 청년·서민층 대중교통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도입되는 ‘K-패스(pass)’도 당초 예정했던 내년 7월보다 두 달 빠른 5월부터 도입하고, 환급 요건도 완화(월 21회→월 15회 이상 사용)하는 데 예산 218억원을 더 투입한다. K-패스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월 21회 이상 이용하면 월 60회 지원 한도 내에서 일반인 기준 최대 21만6000원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청년(32만4000원)·저소득층(57만6000원)이면 환급 혜택은 더 크다. 대학생에게 ‘천 원의 아침밥’ 운영 지원 기간도 연 8개월로 한 달 추가 연장하면서 5억원이 증액됐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통하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 화폐) 발행 지원을 위한 예산은 이번에 국회 심사 과정에서 3000억원이 새로 반영됐다. 정부안에서는 전액 삭감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야당 주도로 7053억원 순증됐는데,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합의된 셈이다.
◇R&D 예산 늘고, SOC도 3000억원 증액
예산 삭감 논란이 일었던 연구·개발(R&D) 분야에선 정부안보다 예산이 약 6000억원 늘었다. 앞서 정부는 R&D 예산에 나눠주기식 방만 거품이 끼었다고 보고 이를 구조 조정하고자 예산을 대폭 깎은 바 있다. 그런데 연구 현장에서 연구자 고용 불안 등 불만의 소리가 나오자 이번에 조정한 것이다. 기초 연구 과제비를 추가 지원(1528억원 증액)하고, 박사 후 연구원 연구 사업을 새로 마련(450억원 증액)하는 등이 대표적 R&D 증액 항목이다. 아울러 수퍼컴퓨터나 중이온 가속기 등 최신형 고성능 대형 장비를 운영하는 데에도 예산 434억원이 증액됐다. 그러나 올해 R&D 본예산(3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4조6000억원(14.7%) 줄어든 수치다.
SOC 예산도 정부안보다 3000억원 늘어난 26조4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본예산(25조원)보다 1조4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본예산 대비 증가율은 5.6%로, 총지출 증가율(2.8%)의 두 배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서청주~증평 고속도로, 서울 9호선 4단계 연장, 문경~김천 철도 등의 사업에 증액 예산이 주로 반영됐다. 출퇴근 시간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수도권 교통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혼잡도가 높은 서울 4·7·9호선과 김포 골드라인에 전동차를 추가로 편성하고, 광역버스를 증차하는 데에도 118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올여름 ‘잼버리 파동’ 여파로 새만금 예산은 부처 요구 예산(6626억원) 대비 78% 삭감된 1479억원이 정부안에 반영됐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약 3000억원 다시 늘었다. 정부는 “입주 기업의 원활한 경영 활동과 민간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고속도로나 신항만 등 기업 수요에 맞는 사업 위주로 중점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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