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發 ‘양파 대란’

유재인 기자 2023. 12. 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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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불황, 우리도 모자라”
내년 3월까지 수출 금지하나
네팔·말레이·방글라 초비상
지난 10월 인도 뭄바이의 채소 시장에서 사람들이 양파를 구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세계 최대 양파 수출국 중 하나인 인도가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양파 수출을 막으면서 주변국들에 ‘양파 대란’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최근 인도 정부가 현지 양파 가격 안정화를 위해 내년 3월 31일까지 양파 수출을 금지했다며, 인도의 주요 교역국인 네팔·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 등 인근 아시아 국가에서 야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 이달 초 후 양파 가격(수도 다카 기준)이 130타카(약 1540원)에서 200타카로 올랐다. 네팔에서도 소매점 기준 양파 가격이 두 배 이상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알려졌다.

로이터는 인도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수출 금지’라는 강수를 두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인도에선 여름 강수량이 12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불규칙한 장마가 반복되면서, 토마토·양파 등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밥상 물가’가 크게 올랐다. 인도의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로이터에 “내년 총선 전까지 수출 금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인도는 앞서 지난 8월 올해 말까지 수출되는 양파에 약 4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인도 양파 수출량은 250만t으로, 인도는 전 세계 양파 무역의 약 12%를 차지한다. 연간 수출량 중 67만여t은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네팔 등에 수출해 왔다. 이 국가들의 주식(主食) 대부분에 양파가 필수 재료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일하는 무수미 아크타르는 로이터에 “우리가 요리하는 거의 모든 요리에 양파가 필요하다”라며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으로 양파를 적게 사서 먹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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