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후원 '빙하기'…SK네트웍스·BNK 등 10곳 이상 발 빼

조희찬 2023. 12. 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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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를 후원하는 스폰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21일 프로골프업계에 따르면 골프계 '큰손'인 SK네트웍스와 BNK금융그룹 등이 내년부터 골프 후원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골프 선수들의 옷깃을 점령하던 수입차 딜러들도 올해 실적은 물론 내년 경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후원시장에서 이탈했다.

세 선수 모두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존 후원사와 빠르게 재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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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등도 후원 중단
건설사와 수입차도 재계약 안해
"내년 스폰서 없는 선수 확 늘 듯"
'A급' 이다연·이소영·정윤지는
기존 후원사와 재빨리 재계약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을 마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윤지(왼쪽부터), 이다연, 이소영이 올해 KLPGA투어 대회에서 경기하는 모습. 이들 같은 ‘A급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중하위권 선수들은 올해 소속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KLPGA 제공


프로골퍼를 후원하는 스폰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골프 마케팅을 아예 접는 기업만 열 곳이 넘고 잔류를 결정한 기업 중 상당수가 골프 마케팅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스토브리그가 ‘빙하기’로 불리는 이유다.

 ○후원시장 떠나는 기업들

21일 프로골프업계에 따르면 골프계 ‘큰손’인 SK네트웍스와 BNK금융그룹 등이 내년부터 골프 후원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bhc, 자동차 틴팅 필름 제조업체 지벤트 등도 기존 후원 선수들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한 선수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체감상 작년 대비 후원시장이 30% 가까이 쪼그라든 느낌”이라고 했다.

높은 연체율 탓에 ‘줄도산’ 얘기가 나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사업을 벌이는 증권사와 제2금융권, 건설사 등도 골프 홍보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다. 대보건설, 페퍼저축은행 등은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 선수들에게 후원을 이어가지만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들에게는 작별을 고했다.

요즘 기업들이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매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다. 올해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를 후원하는 A사는 최근 그 선수에게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좋은 데 있으면 사전에 접촉해서 떠나도 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선수가 우승하면 통상 우승상금에 버금가는 인센티브를 안겨주고 재계약을 약속하던 관행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골프 선수들의 옷깃을 점령하던 수입차 딜러들도 올해 실적은 물론 내년 경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후원시장에서 이탈했다. 아우디 공식 딜러인 태안모터스와 마세라티 공식 딜러인 FMK는 올해를 끝으로 후원을 중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공식 딜러에게 골프는 크지 않은 금액으로 프리미엄 마케팅을 효율적이고 쉽게 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며 “그런 수입차업계마저 철수한다고 하니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어 비용 대려 ‘대출 상담’도

스타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것도 이번 스토브리그 온도를 낮춘 요인이란 분석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 ‘A급 선수’는 이다연(26) 이소영(26) 정윤지(23) 전예성(21) 정도다. 지난해 시장에 나왔던 박민지(25)와 같은 ‘빅샷’은 없다. 세 선수 모두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존 후원사와 빠르게 재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기업이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 후원으로 방향타를 튼 것도 영향을 줬다. 골프 선수 매니지먼트사의 한 임원은 “아마추어 유망주 영입전이 프로만큼이나 치열해 선수들에게 제시하는 ‘베팅액’도 크게 올랐다”며 “국가대표 출신 등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은 웬만한 프로보다 좋은 조건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4시즌에는 후원사가 없는 ‘민모자’ 선수가 투어에 대거 쏟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1부 투어 선수 100명 중 30명 가까이가 ‘메인 후원사’ 없이 1년을 보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폰서 없이 투어 비용을 감당할 처지에 놓여 대출을 알아보는 선수 부모들이 있을 정도다. ‘꿈의 무대’로 불리는 KLPGA투어에서 뛰는데도 돈을 잃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투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요구하거나 민모자를 쓰기 싫어 ‘대가 없이 기업 모자를 쓰겠다’는 선수도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임원은 “스윙 코치에 트레이너, 멘털 코치, 최근에는 영양사까지 붙어 1부 투어에서 뛰는 선수 한 명이 쓰는 비용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며 “이를 상금과 스폰서 후원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다 보니 대출 상담을 받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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