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슈링크플레이션 단속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한국"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한국 정부의 생필품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제품의 용량을 줄이면서 실제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보는 것) 단속 정책을 집중 조명했다. 전반적인 고물가 기조속에 세계 각국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를 정부가 직접 나서 단속하는 것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WSJ는 한국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실시한 실태조사와 대책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제품 포장지와 웹사이트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는 내용이나 과태료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WSJ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지 못하도록 식품업체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려 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과 연계해서 분석했다. WSJ는 “올해 한국 경제는 1.4%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는 다른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라며 “이 같은 경제 침체는 지지율이 30% 중반에 머물러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경제 문제를 불만요소로 가장 많이 꼽았다”고도 했다.
WSJ는 또 물가 인상 문제가 한국 소비자에게 매우 민감한 요소라는 점도 강조했다. 신문은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전년대비 6.3%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의 9.1%나 영국의 11.1%보다는 낮지만 한국의 식품 가격이 수십년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돼온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이어 “임금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한국인들 자산의 주요 원천인 부동산 시장은 정체돼 있다”며 한국 소비자의 불만 요소를 분석했다.
WSJ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 담당관을 지낸 랜달 존스를 인용해 “낮은 인플레이션은 수십년간 한국의 정책 우선순위였으며, 이는 수출 중심 경제가 민간 투자를 위한 좋은 환경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한국인들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신문이 이처럼 한국의 슈링크플레이션 대처 방안과 그 이유를 면밀히 분석한 것은 슈링크플레이션이 전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2위 대형마트 까르푸는 9월부터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이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강조하기 위한 주황색 알림판을 걸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휴지와 오레오가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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