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사드 때보다 더 냉랭…한중일 정상회담 절실"

이명철 2023. 12. 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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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회과학원 학자 “한·중 수교후 기장 어려운 시기”
한·미 동맹 관계가 한·중 관계 개선에도 부담으로 작용
"미·중 현안인 대만 등 문제도 한·중 관계에 영향 미쳐"
“내년 상반기 한국 총선 전에 한미일 정상회담 필요"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지금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겪었던 2017년 무렵보다도 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관계를 격상해야 한다.”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아태연구원)의 왕쥔셩 주임은 21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중 경제포럼’ 주제 발표를 통해 “미·중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한·중은 양호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왕쥔셩(오른쪽)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주임이 21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 주최 ‘한중 경제포럼’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명철 기자)

한국의 경제·인문사회연구원과 비슷한 성격의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 최대 규모의 싱크탱크다. 왕 주임은 이중 아태연구원에서 한·중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다.

중국에게 있어 한국은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가장 가까우며 일찌감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다. 지난해 기준 양국 무역 규모는 3622억달러(약 473조원)로 한국이 중국의 두 번째 교역국일 만큼 경제 협력도 긴밀하다.

그러나 최근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양국 관계도 차갑게 식는 상황이다. 왕 주임은 “사드 사태가 있던 2017~2018년 때만 해도 중국 내에서 한국과 관계를 낙관적으로 봤는데 최근에는 앞으로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1992년 수교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을 하지 못한 것이 최근 양국 관계를 나타내는 구체적 사례로 꼽았다.

한·중 관계가 냉각된 이유는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미·일 공조 체제 때문이다. 미국이 앞으로 중국을 견제할 정책을 계속 이어갈 텐데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여서 중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문제를 두고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왕 주임은 “(한·미 정상회담이 있던) 올해 4월부터 중국 언론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하면서 중국 내 한국에 대한 기조도 변하고 있다”며 “대만은 미·중간 문제가 돼야 하는데 한·중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고위급 대화가 더욱 자주 이뤄져야 한다고 왕 주임은 제언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윤 대통령과 시 주석, 여기에 일본까지 참여한 3개국 정상회담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금까지 양국 정상이 서로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대만 문제와 한·미·일 동맹 상황이 아니었다면 11월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렸어야 하는 건데 올해 개최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왕 주임은 한·중·일 정상회담이 내년 상반기에는 열려야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정상회담의 기한은 한국에서 총선이 열리는 내년 4월로 지목했다.

그는 “내년 4월 총선은 윤 대통령에게 아주 중요한 정치 행사여서 이때까지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내년말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내년 북한과 수교 75주년을 맞아 교류가 많아질 예정인데 한·중·일 정상회담이 상반기에 열리지 못하고 하반기 열린다면 (한반도 안정 등)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위급 대화와 함께 한·중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권고했다.

21일 중국 베이징 메리어트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가 개최한 ‘한중 경제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명철 기자)

왕 주임은 “최근 양국이 경제 측면에서 협력과 대화가 많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양측의 싱크탱크 교류를 확대하고 정치적 영향이 크지 않은 환경 보호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양국간 금융과 농업 등 전문 분야와 서비스업 교류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중 관계에 대해선 당분간 상황이 악화하지는 않겠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미국은 중국을 최대의 경쟁국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 주변국을 통한 압박과 중국 기업 등에 대한 제재, 첨단기술 수출 등의 조치가 계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재임 당시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왕 주임은 “트럼프가 재당선된다면 미국 국민에게 있어선 재난이라고 할 수 있고 세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줄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미·중 대립이 심각해질 수 있지만 외교적 차원에서 양국이 협력을 통해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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