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강추위도 막지 못한 'DH'와의 우정…'88둥이'의 11번째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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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한 차례 변하고, 또 1년이 흘렀다.
예전과 같은 큰 행사는 열리지 않았지만, '88둥이'의 12월21일은 항상 같았다.
하루 전인 20일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풀었고, 21일에는 봉안당으로 향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지만, 각자 봉안당을 찾으며 의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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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강산이 한 차례 변하고, 또 1년이 흘렀다.
2012년 12월 21일. 야구계는 슬픔에 잠겼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던 이두환이 20대 중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두환은 한국 야구가 주목한 '거포 내야수'였다.
2006년 쿠바 청소년야구대회. 1988년생이 주축이 됐던 대표팀은 미국을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대표팀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좌완 원투펀치로 활약했던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은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고, 김선빈(KIA) 이용찬(NC) 등 팀을 대표하는 선수도 나왔다.
주장으로 남다른 리더십을 보여줬던 김강은 2020년 최연소 1군 타격코치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2021년 KT 위즈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KBO리그를 빛낸 수많은 선수가 나왔지만, 2006년 청소년대표팀에서 '타선의 핵'은 장충고 3학년이었던 이두환이었다. 이두환은 타율 3할6푼4리(33타수 12안타) 3홈런 8타점으로 불방망이로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MVP는 김광현이 받았고, 대회 올스타 1루수는 이두환에게 돌아갔다.
차세대 거포로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이두환의 재능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2012년 대퇴골두육종이라는 희귀병이 찾아왔다. 치열하게 병마와 싸웠지만, 결국 그해 12월21일 세상을 떠났다. 1군 통산 14경기 타율 3할8리 1홈런 6타점이라는 가능성 가득한 성적만 남겼다.
어쩌면 KBO리그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었던 친구와의 이별. '88둥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친구를 추억했다.
초창기에는 일일호프, 유소년 야구교실로 팬들에게, 미래의 야구 후배에게 이두환의 이름이 기억되도록 했다. 몇몇은 모자에 이두환의 이니셜인 'DH'를 새겨놓고 그라운드를 밟기도 했다.
예전과 같은 큰 행사는 열리지 않았지만, '88둥이'의 12월21일은 항상 같았다. 하루 전인 20일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풀었고, 21일에는 봉안당으로 향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지만, 각자 봉안당을 찾으며 의미를 이어갔다.
친구와의 이별은 어느덧 11년 째가 됐다. 폭설과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있었지만, 88둥이는 모여 잠들어 있는 친구를 만났따. 타지에 있어 먼 걸음을 해야 하는 이들은 아침 일찍 친구를 찾기도 했다.
10주기였던 지난해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당시 김강 코치는 "(이)두환이가 떠난 10년 전에도 눈이 많이 왔었다"라고 떠올렸다.
12월의 눈은 '88둥이'에게 그리움이자 반가움이 됐다. 올해 역시 많은 눈이 왔다. 먼저 떠난 친구는 그렇게 '88둥이'와 함께 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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