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R&D 예산 4.6조원 삭감…기존 안에서 6000억원 '찔끔' 증액

젊은 연구자 고용불안 완화 등 인건비 집중 투입…과학계 "여전히 부족한 수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이 지난해보다 15% 가량 삭감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안이 지난해보다 4조6000억원 삭감된 25조9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당초 5조2000억원 삭감안과 비교하면 6000억원이 늘어났지만 과학계는 전체 삭감 규모와 비교하면 '찔끔 증액'이 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야는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R&D 예산안을 처리했다. R&D 예산은 올해 31조 1000억원 대비 15% 삭감됐다. 이에 따라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9%에서 3.9%로 줄어들었다. R&D 예산 삭감이 이뤄진 것은 1991년 이후 33년만이다. 21년만에 정부 총지출 대비 투자비중이 3%로 떨어지게 됐다.

이날 공개된 예산안에 따르면 기존 안에서 증액된 6000억원 중 대부분은 연구자의 고용불안을 완화하는 데 사용된다. 전체 증액분 중 5230억원이 투입된다. 앞서 과학기술계에선 R&D 예산 삭감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의 고용을 지속할 수 없다는 지적이 터져나온 바 있다.

구체적으로 박사후연구원 연구사업 신설에 450억원이 투입된다. 대학원생 장학금과 연구장려금에 100억원이 배정됐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비중이 큰 출연연의 인건비로 388억원이 수혈되며 기업 R&D 종료과제의 인건비 한시 지원에 1782억원이 추가된다. 

증액분은 최신 장비의 구축과 운영 등에도 할당됐다. 중이온가속기, 양성자가속기, 슈퍼컴퓨터 등 최신형 고성능 대형장비에 대해 434억원이 더해진다. R&D 예산 삭감안이 발표된 8월 이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누리온'과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의 3,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예산 문제로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첨단 기술 분야도 증액분의 수혜를 보게 됐다. 달탐사, 통신(6G), 모빌리티(K-UAM) 등 차세대 기술에 188억원이, 원전 안전성과 부품 경쟁력 강화 등 원천기술 투자에 148억원이 늘어나게 됐다.

당초 예산안과 비교하면 증액이 이뤄졌지만 과학기술계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당초 삭감안과 비교했을 때 일부 증액이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각 연구기관의 주요 사업의 타격은 불가피한 수준"이라며 "R&D 예산 삭감의 후폭풍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체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삭감으로 지장을 받게 된 연구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연구자들의 고충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또 다른 연구자는 "많은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함에 따라 관리 감독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내년은 과학기술계에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