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규제 풀어달라” 송파구 권한쟁의심판… 헌재 “각하”

방극렬 기자 2023. 12. 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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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안쪽에 있는 마을의 모습. 건축 규제로 재개발·재건축이 멈추면서 지역이 슬럼화했다. 지은 지 30~40년 된 낡은 주택들 사이로 공터와 주차장이 보인다./박상훈 기자

헌법재판소는 21일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일대를 보존‧관리구역으로 지정한 문화재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송파구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심판 청구 등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한 경우 종료하는 결정이다.

송파구는 “문화재청의 과도한 규제로 구청의 자치(自治) 권한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헌법이 아닌 법률에 의해 설치된 문화재청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에 의해 설치돼 독자적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이 아닌 문화재청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낼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풍납토성은 송파구 풍납동 일대에 있는 둘레 약 2.7㎞의 타원형 토성이다. 백제 초기 수도로 추정되는 풍납토성에서는 1997년부터 백제 토기 등 유물이 다수 발굴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후 유적 발굴을 위해 각종 건축 규제를 적용해왔다. 문화재청은 올해 2월에도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 계획’을 고시했는데, 지상 7층(21m 이하)까지만 건축을 허용하고, 재건축 규모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풍납토성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런 규제로 주거 환경이 악화되고,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불만을 나타내왔다. 이에 송파구는 “백제 왕궁 터로 추정되는 핵심 지구 외에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초 고시에도 규제 완화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송파구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문화재청의 일방적인 규제로 ‘지역 개발 사업 계획의 수립·시행’ 및 ‘건축 허가 등에 관한 업무’에 관한 자치사무 처리 권한을 침해받았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규제를 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법률에 의해 설치된 피청구인(문화재청)에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송파구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헌법 111조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로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국가기관이란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으로 한정된다고 헌재는 해석해 왔다.

헌재는 “문화재청은 오로지 법률에 그 설치 근거를 두고 있으며 국회의 입법행위에 의해 존폐 및 권한 범위가 결정된다”며 “(헌법상)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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