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품목별협의회 “가락시장 주5일제로 생산지 피해 우려”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 주 5일제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겨울채소 주산지 출하자들이 상경 집회에 나서는 등 반발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산지농협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그동안 출하자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쳤다고 밝혀왔지만, 산지농협들의 반발이 현실화하면서 주 5일제 논의가 일부 유통인들의 의견만을 반영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은 21일 대전 선샤인호텔에서 ‘당면현안 대응회의’를 열고 가락시장 주 5일제 시범사업에 대한 산지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각 품목별 주산지 농협들의 요청에 따라 긴급하게 소집된 것으로, 전체 34개 협의회 중 13개 협의회가 참여했다.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 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강도수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장(경북 성주 월항농협 조합장)은 “가락시장에 주 5일제를 도입하는 것은 전국 지방도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락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주 5일제가 도입되면 농민들이 받을 타격이 크기 때문에 대응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락시장 주 5일제 도입 논의는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랐다. 당시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 등 중도매인 단체는 가락시장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근거로 주 5일제 도입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공사는 올해 5월 시장 내 유통인들이 주축이 된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8월까지 출하자 의견 조사 등을 실시한 뒤 협의체 회의를 거쳐 9월 시범사업 실시를 결정했다. 이후 11월과 12월 첫째주 토요일 휴장하는 시범사업이 실시됐는데, 품목별협의회 회장단은 이 과정에서 산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재호 한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장(강원 춘천 신북농협 조합장)은 “시범사업 실시를 발표하기 전 산지농협 조합장 또는 작목회장 등의 의견을 정확히 수렴했어야 했는데, 우리농협 작목반의 경우 시범사업과 관련한 소식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현재 출하자들은 가락시장 출하를 중단하겠다고까지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준연 고랭지채소전국협의회장(강원 평창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도 “공사가 발표한 산지 조사 결과를 보면 무·배추는 저장성이 있어 산지에서 개장일 감축을 수용할 것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실제 산지 의견은 배추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도매시장이 쉴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협의회 회장단은 노동시간 감축 등 사회적인 변화 흐름에 거스를 수 없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다만 중도매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극복 방안으로 가락시장 전체 영업을 중단하는 것보다는 순환근무 또는 휴무일 순번제 도입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규호 한국포도생산자협의회장(경북 김천 직지농협 조합장)은 “중도매인 근무시간 감축 문제는 고용 인원을 늘려 순환근무를 도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차홍석 한국오이생산자협의회장(경기 평택 송탄농협 조합장)도 “차량 2부제와 같이 중도매인들이 순번을 정해서 일부만 쉬는 제도를 도입하면 출하자 피해도 최소화하고 중도매인들의 근무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며 “시장 영업일은 지금과 같이 유지하고 그 틀 안에서 중도매인들이 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협의회 회장단은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농정활동을 이어갈 방침을 밝혔다. 강도수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공사 등을 대상으로 산지 의견을 전달하는 등 농정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출하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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