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내놔"…등굣길 초등생 납치한 40대 이웃주민 "빚 때문에 범행"

서울북부지법./사진=뉴시스

등교하던 초등학생을 납치한 뒤 학생의 부모에게 수억 원을 받아내려 한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에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의 사유로 21일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피해자에게 할 말씀 없나' '사과하실 생각 없냐'라는 질문에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A씨는 지난 19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등교하고 있던 여자 초등학생 B양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한 혐의를 받는다.

아파트 옥상으로 B양을 끌고 간 A씨는 B양의 손과 입, 눈 등에 테이프를 붙인 후 옥상 기둥에 B양을 묶었다. 이후 오전 9시15분쯤 B양에게 빼앗은 휴대전화로 B양 어머니에게 "오후 2시까지 현금 2억원을 준비해라. 아니면 딸을 볼 생각을 하지 마라"는 문자를 보낸 뒤 잠시 옥상을 떠났다.

B양은 납치된 지 1시간쯤 후인 오전 9시44분쯤 스스로 테이프를 끊고 탈출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입었던 옷을 뒤집어 입거나 가방을 메는 등 모습을 바꿨다. CCTV(폐쇄회로TV) 앞을 지나갈 때는 우산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가지고 있던 흉기는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CTV 추적 등을 통해 A씨의 동선을 확인, 같은 날 오후 5시15분쯤 A씨의 주거지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B양과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채무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범행 대상은 무작위로 골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