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글로벌 부의 미래 시나리오

김충제 2023. 12. 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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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세계 경제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성이 높고 과거와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제학자와 경영자들은 지난 20년과 비교하여 향후 약 10년간 전개될 글로벌 부와 성장의 미래에 대하여 상당히 견해가 엇갈리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국제통화기금,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경제 분석자료와 약 1000명의 경영자, 자산운용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를 토대로 글로벌 부와 성장의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동 연구소는 세계 경제의 부와 성장을 분석하는 수단으로 글로벌 대차대조표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는데 이는 기업의 자산, 부채 및 순자산의 총괄적 현황을 나타내는 대차대조표 개념을 응용하여 전 세계의 자산, 부채 및 순자산을 총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년간 글로벌 대차대조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즉 실물경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다. 그 이유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저금리 정책이 지속됨으로써 자산 가격과 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데 있다. 1995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의 부동산 시장가치는 GDP보다 1.5배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고, 주가는 GDP보다 3배 빨리 상승하였다. 하지만 이 기간 실물경제의 생산성 향상은 지지부진하여 주요 7개국(G7)의 생산성이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연평균 1.8% 증가한 데 비하여 2000년부터 2018년까지는 연평균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년간 세계의 저축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문에 지나치게 투자된 결과 실물경제는 침체되었다. 이 기간은 자산축적에는 유리하였지만 경제의 성장은 저해되고,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되었다. 그럼 향후에는 새로운 부와 성장의 대차대조표가 나타날 것인가? 지난 팬데믹 기간 글로벌 부가 GDP보다 유례없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지만 향후에는 지난 20년간의 추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향후 몇 년간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것인가? 자산 가격이 조정되고 차입상환 흐름이 나타날 것인가? 세계경제가 보다 높은 생산성과 성장세를 나타낼 것인가? 미래에 대한 이 세 가지 전제에 대해 경제학자와 경영자들의 견해는 다양하지만 어느 정도의 컨센서스가 도출되고 이를 토대로 네 가지의 글로벌 부와 성장 시나리오가 제시되었다.

첫째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가 과거 20년간의 패턴으로 되돌아가 저축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해 GDP 성장이 부진하고 이자율이 낮은 상황이다. 부채와 자산 가격이 증가하여 글로벌 대차대조표 확대가 재개된다. 둘째 시나리오는 소비자 수요가 강하고 탄소중립 이행, 공급망 재구축, 국방 등의 부문에 투자가 증가하여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상황과 유사하게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된다. 셋째 시나리오는 글로벌 대차대조표 리셋 상황으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앙은행이 긴축을 지속하고 금융시스템의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자산 가격이 급속히 조정되어 장기간의 차입상환이 발생하여 과거 일본의 1990년대 버블붕괴에 따른 잃어버린 10년과 유사한 상황이 된다. 넷째 시나리오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신기술 적용, 생산적 투자로 추세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나타내어 이것이 대차대조표의 성장속도를 상회하는 상황이다. 이는 소득, 부 및 대차대조표가 모두 강하게 성장하는 흔히 골디락스 경제라고 표현되는 모습이다.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든 불확실성과 거시경제적 압력 속에서 기업 경영자와 개인 소비자는 경영과 생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방어적 자세를 견지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도록 합심 노력해야 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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