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배트맨 손잡나 … 워너·파라마운트 합병 추진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3. 12. 21. 17: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잡자" 스트리밍 공략
양사 CEO 합병조건 등 논의
성사 땐 디즈니 맞먹는 몸집
슈퍼맨·배트맨·터미네이터…
세계적 인기 콘텐츠 다수 보유
CBS·CNN도 한지붕 아래
규제 당국 최종 승인이 관건
터미네이터와 배트맨이 악수하는 장면을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미국의 거대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와 파라마운트 글로벌(이하 파라마운트)이 합병 논의에 착수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월트디즈니에 맞먹는 명실상부한 빅3 미디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합병을 통해 그간 고전하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재슬러브 워너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밥 배키시 파라마운트 CEO를 만나 양사 합병을 논의했다.

WSJ는 "합병이 아직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며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보도했다. 양사 간 공식적인 합병 논의를 하기 전에 CEO들이 먼저 굵직한 합병 조건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말이다. 재슬러브 CEO는 파라마운트 오너인 샤리 레드스톤 회장과도 사전에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확고한 빅3로 덩치가 커진다. 연간 매출 기준(2022년 10월~2023년 9월) 워너브러더스(420억달러)와 파라마운트(301억달러)를 합하면 721억달러에 달하는 공룡 회사가 탄생한다. 컴캐스트(1208억달러)와 월트디즈니(888억달러)에 이어 3위다. 매출 규모로만 보면 넷플릭스(327억달러)보다 2배 이상 커진다.

두 회사의 방대한 할리우드 콘텐츠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관심사다.

파라마운트가 지식재산권(IP)으로 보유한 대표적인 영화로 터미네이터, 트랜스포머, 미션임파서블, 탑건, 대부, 스타트렉, 닌자거북이 등이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DC 유니버스(배트맨, 슈퍼맨 등),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뉴스방송 채널인 CBS뉴스와 CNN도 한솥밥을 먹게 된다. 양사의 많은 케이블 채널도 마찬가지다. 워너브러더스는 HBO, TNT, TBS, 디스커버리채널 등을 방송 중이며 파라마운트는 코미디센트럴, MTV, 니켈로디언, BET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거대 콘텐츠와 세계적인 제작 능력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면 디즈니와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너브러더스는 맥스, 파라마운트는 파라마운트플러스(+)라는 이름으로 각각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넷플리스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2021년 디스커버리와 합병으로 떠안은 부채를 지금까지 해소하지 못했지만 파라마운트와의 합병으로 맥스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WSJ는 "재슬러브 CEO가 맥스에 더 많은 프로그램을 추가하기 위해 파라마운트와 합병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파라마운트+는 맥스에 통합되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슬러브 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12~24개월 동안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밝혔다.

파라마운트는 이미 매각을 추진해온 터였다. 파라마운트 지주회사 내셔널어뮤즈먼트(NAI)의 최대 주주인 샤리 레드스톤은 최근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미디어와 투자사 레드버드캐피털 등과 지분 매각을 의논한 바 있다.

다만 양사 합병만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넷플릭스나 디즈니를 따라잡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스트리밍 업계에서 구독자를 늘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새로운 대박 콘텐츠 제작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인기를 떠받친 것이 세계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새로운 K콘텐츠였던 점을 감안하면 기존 콘텐츠만으로 구독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 규제의 벽도 넘어야 한다. CNBC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거대 미디어 기업 간 합병에 부정적인 만큼 합병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보도했다. 2019년 디즈니의 '20세기폭스' 인수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수·합병에 관대했기 때문에 성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워너브러더스 측은 "파라마운트가 소유한 CBS 같은 지상파가 없기 때문에 합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한편 관련 보도가 나온 뒤 20일 뉴욕 증시 반응은 엇갈렸다. 워너브러더스 주가는 전일보다 5.66% 급락한 11.6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파라마운트는 낙폭을 줄여 전날 대비 2.02% 하락한 15.50달러에 마감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