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지출 증가 막았지만 … 총선용 선심예산 밀실서 무더기 증액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12. 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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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656.6조 국회통과
소상공인 지원 5500억 늘리고
"청년월세 1년 더" 690억 증액
철도·지역행사 끼워넣기 여전
2년연속 정부案서 3천억 순감
건전재정 기조 유지는 의미

◆ 내년도 예산안 ◆

2024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확정됐다. 내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이달 2일이었지만 19일 늦었다. 최악의 준예산 사태는 피했지만 상습적인 지각 처리 관행은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내년 총지출 예산 규모가 정부안인 656조9000억원보다 3000억원 줄어 656조6000억원으로 국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예비비, 공적개발원조(ODA) 등 예산 4조2000억원을 깎고, 대신 연구개발(R&D)과 새만금 예산 등을 3조9000억원 늘렸다. 총지출이 정부안보다 3000억원 줄어 기재부는 건전재정 기조가 더욱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지출을 줄인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지출을 3000억원 줄인다고 해도 통합재정수지는 내년에 -44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9%를 기록하게 된다. 2023년 예산 기준 통합재정수지는 -13조1000억원으로 GDP 대비 -0.6%였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더한 관리재정수지는 -91조6000억원으로 GDP 대비 -3.9%가 된다. 올해 예산에서 반영한 -58조2000억원, -2.6% 대비 악화된 수치다.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데 국회가 부가가치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감액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석 교수는 "내년 하반기 이후 소비 침체가 예상되는데 정부나 국회는 부가가치세가 재정재추계 결과보다 10% 더 걷힐 거라고 본다"며 "유류세 인하도 2개월이나 연장했는데 교통에너지환경세수를 40% 이상 늘려 잡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내년에도 세수 결손이 예상되지만 국회는 한국은행 일시차입금 이자 상환 예산은 오히려 2500억원 깎았다. 세수가 부족하면 정부는 한은에서 단기 자금을 빌려서 쓰는데 이자를 갚아야 한다. 국고금 운용수익으로 충당하는데 정부는 내년에 이걸로 부족하다고 보고 이자 상환 예산 349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가 국회에서 2500억원 삭감당했다. 연구실 인건비 위주로 R&D 예산 증액이 이뤄진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R&D 예산 삭감으로 대학원생과 박사급 연구원들의 아우성이 상당했다"면서도 "그렇다고 R&D 구조개혁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이 줄어든 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역점 사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0원에서 3000억원으로 살린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석 교수는 "지역화폐는 전형적인 예상 낭비"라며 올해도 작년처럼 예산을 살린 데 대해 비판했다.

이날 국회가 증액한 소상공인 지원(5500억원), 전세사기 방지 주택융자(1800억원), 청년 월세 특별 지원(690억원) 예산은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됐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증액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대상을 저소득 청년에서 전체 저소득층으로 확대하기 위해 57억원이 증액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주택융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1800억원을 증액한 대목도 눈에 띈다.

청년 표를 의식한 대규모 증액도 있었다. 올해 종료 예정이던 청년 월세 한시 특별지원을 1년 연장하고 올해 추가 지원을 하기 위해 예산 690억원을 증액했다. 여야는 청년·저소득층 우대 대중교통 환급 지원(K-패스) 시행 시기를 5월로 앞당기고 환급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예산 218억원을 늘리는 데도 합의했다.

도로·철도·지역시설 등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챙기기 예산을 끼워넣은 흔적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의 예산 증액 현황을 보면 문경 단산터널 공사(10억원), 인천 부평구 캠프마켓 용지 매입비(10억원) 등 정부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사업들이 대거 신설·증액됐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 연구용역 사업비 30억원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됐다. 정부가 대폭 깎은 새만금 관련 예산이 상당 부분 부활하면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사업 예산이 정부안(334억원)보다 1133억원 증액됐다. 지역 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 끼워넣기도 기승을 부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중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10억원), 천안 K-컬처 박람회 개최 지원(3억원),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개최 지원(3억원) 등이 내년 예산에 포함됐다. 이들 예산은 정부안에서는 모두 빠져 있던 사업이다.

대규모 감액은 예비비에서 8000억원, 교육부의 보통교부금에서 5400억원, ODA 2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K-콘텐츠 펀드 출자 예산도 200억원 줄었다. 상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해 논란이 불거졌던 1800억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관련 예산은 증감 없이 전액 복원됐다.

[문지웅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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