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최정우 … 사실상 3연임 도전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3. 12. 21.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CEO 후추위 첫 회의
新지배구조 개선안 따라
공식사퇴 안해도 후보 간주
현직 회장 프리미엄 떼고
사내외 후보들과 경쟁할듯
용산초청 배제된 회장 꼬리표
연임 도전하더라도 가시밭길

포스코그룹이 차기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를 가동하고 새로운 수장 맞이에 나선다. 침묵이 길어지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사실상 후보군에 올라 3연임에 도전하게 된다.

그가 이번 임기에 선임했던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차기 CEO 후보에 올라 최 회장과 경쟁하게 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오후 3시 임시 이사회를 열고 후추위 운영을 의결했다.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 시 현직 회장의 프리미엄을 없앤 '포스코형 신지배구조 개선안'을 확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날 안건이 통과되면서 후추위는 오후에 1차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인선 절차에 들어갔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후추위는 가장 먼저 회장 후보군의 자격 요건을 구체화하고 상세 기준을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차기 회장의 구체적인 역량과 심사 기준 등을 선정한 후 다음달까지 사내외 인사로 후보군을 발굴해 '롱리스트'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부터는 이들 후보군을 본격적으로 압축하는 한편 면접 절차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통해 후보자 1명을 선정하면 내년 3월 중순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최종 회장을 선임한다.

그동안 정치권 등 외부의 압력과 후보 간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통상 롱리스트는 공개하지 않고 최종 면접 대상자 정도만 발표했다.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이 공표된 만큼 이번부터는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지도 주목된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개선안에는 절차 공개 여부가 담기지 않아 세부안 조정 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현직 회장 연임 우선심사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없애면서 특혜 시비 등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이 낮아졌다.

최 회장의 3연임을 위한 유리한 환경도 만들어졌다. 개편안에 따라 그룹은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도록 절차를 손봤다. 이에 따라 최 회장부터는 기존 포스코 회장들이 임기 말마다 반복적으로 겪어왔던 거취 표명에 따른 압박을 덜 수 있게 됐다.

후추위의 선임 프로세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차기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후추위를 통해 후보들을 가리는 과정에서 현직 회장을 롱리스트에서 제외하면 배경을 두고 공정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추위 가동이 본격화됐음에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최 회장이 이날까지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이번 개편안에 힘을 싣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침묵이 길어지면서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사실상 3연임에 도전한다는 암묵적인 의사 표시라는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묘소에 참배한 지난 11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3억원어치를 장내에서 사들여 사실상 3연임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다만 최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더라도 '가시밭길'일 것으로 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주요 행사에 초청받지 못하면서 '용산의 신임'을 받지 못한 포스코 수장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다닐 경우 조직 내 리더십을 온전히 발휘하는 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레임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사퇴 언급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후추위 가동 중 현직 회장이 중도 사퇴 의사를 발표하면 그 배경을 두고 정권 외압설을 비롯해 여러 말이 나올 수 있어서다.

이 경우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 했던 개선안도 사실상 효용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치열하게 진행되는 인선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란을 막으려면 현직 회장은 연임 의사가 없을 시 후추위 가동을 전후해 사퇴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선 프로세스 가동으로 현직 계열사 대표들도 후추위가 선정하는 회장 후보군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의 핵심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도 언급된다.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과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대표 등의 차기 회장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룹 외부에서는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후보로 회자되기도 했다.

[조윤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