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퍼링·마약에 휘청였던 가요계[2023 연예결산]

김원희 기자 2023. 12. 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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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피프티 피프티. 어트랙트



2023년, 그 어느 때보다 K팝이 찬란하게 빛났던 한 해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필두로 3세대 아이돌 그룹은 세계 무대에서 정상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고,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 NCT, 라이즈 등 4·5세대 아이돌 그룹의 약진으로 K팝은 더 넓은 무대로 나가게 됐다. 이에 ‘K팝 대표’인 방탄소년단의 그룹 활동 공백기에도 K팝 가수들은 여전히 해외 유수 매체와 음원차트를 휩쓸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렇듯 자랑스러운 활약이 두드러진 한편, 급성장한 시장 규모만큼 가요계를 흔드는 논란의 크기도 무섭게 커졌다. 올해 가요계를 휘청이게 한 이슈는 템퍼링(연예인 빼가기) 문제와 마약 논란이다. 세계적으로 뜨거워진 K팝의 인기에 그 수익을 좇는 기획사들의 경쟁도 과열되면서 전속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치열했고, 배우 유아인으로 시작된 연예계 마약 파문은 가요계 또한 덮치며 충격을 안겼다.

‘탬퍼링’이라는 단어는 팀 계약이 끝나지 않은 선수를 소속 팀의 동의 없이 다른 팀에 이적시키려 접촉하는 규정 위반 행위를 의미하는 스포츠 용어다. 이 탬퍼링이 가요계에서도 익숙한 단어로 자리잡게 된 것은 지난 6월 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전 소속사 어트랙트와 분쟁을 시작하면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 첸백시의 계약 해지 통보에 탬퍼링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후 “오해였다”는 입장을 밝히며 합의 속 논란이 마무리됐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2월 발매한 신곡 ‘큐피드’가 미국 빌보드 메인 송차트 ‘핫100’에 진입, 최고 순위 17위를 기록하고 5주간 차트인 하며 K팝 걸그룹 역대 최장 진입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루키로 떠올랐다. 그러나 얼마 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어트랙트 측은 ‘큐피드’를 프로듀싱한 안성일 대표를 그 배후로 지목하며 그가 운영하는 외주 제작사 더기버스의 탬퍼링 의혹을 주장했다.

피프티 피프티의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고, 어트랙트는 항고를 취하한 키나를 제외한 세 멤버에게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어트랙트는 멤버 3인과 더기버스를 상대로 130억 원 손해배상을 청구해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가요계에 탬퍼링 문제가 공론화됐고, 이후 오메가엑스·엑소의 첸백시 등도 탬퍼링 의혹이 거론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가 2009년 만들어진 이후 변화가 없었음을 인정하며, “표준전속계약서를 현실에 맞게 고치고 자유계약(FA) 제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마약 재활치료 과정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마약청정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저버린 마약 파문도 거세게 휘몰아쳤다. 지난 2월 유아인이 총 73회 프로포폴·181회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레미마졸람 등을 투약한 혐의로 입건되면서, 마약 스캔들이 시작됐다.

그룹 위너 출신 가수 남태현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남태현은 지난해 8월 전 연인인 채널A ‘하트시그널’ 출연자 서민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약 투약 사실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수사가 시작됐다. 남태현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며, 재활 시설에 입소한 근황을 공개하는 등 재판에서도 재활 의지를 보이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지난 7일 공판에서 2년을 구형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마약 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11월 6일 인천 남동구 논현경찰서에 출석했다. 성동훈 기자



이후 마약 파문은 빅뱅 멤버인 가수 지드래곤에게로 넘어갔다. 배우 이선균이 지난 10월 여러 차례 대마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아 입건된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이선균과 관련된 유흥업소 여성 실장의 진술로 인해 지드래곤 역시 마약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유예 판정을 받은 바 있어 의혹이 커졌으나, 지드래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간이시약 검사 및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지난 18일 경찰이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려 검찰로 송부됐다. 검찰은 사건을 검토 후 재수사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에 논란은 무마되는 분위기나, 지드래곤은 이를 통해 한국 내 마약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마약 근절을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21일 새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간담회를 통해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을 위해 마약을 퇴치하고 근절하기 위한 일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 이 활동을 진심으로, 또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지드래곤의 편지를 공개하며 그의 공익활동을 예고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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