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표 얻자고… 깨트린 시장경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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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모두 연봉과 재단 운영으로 민간회사의 자율성과 금융소비자 선택이라는 시장 원칙은 지킨 핀셋지원 정책이었다.
강민욱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에서 정책을 하는데 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서 금융권 돈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면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을 사용한 지원 정책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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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 적은 은행 대부분 연체 많아…“취약차주 대거 포진”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심사숙고한 자율 결정에는 책임 따른다'는 시장경제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세금을 통한 직접지원에는 형평성 문제가 있어 이같은 지원책을 강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결론은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자원을 동원해 취약계층보다는 일반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18개 은행권이 논의 끝에 21일 내놓은 '상생금융 시즌2'의 총 규모는 최소 2조원이다. 국회에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서 제시한 횡재세의 비율로 올해 상생금융 기여금을 추산한 값과 비슷한 규모다.
당시 민주당에서 이같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정부는 횡재세까지는 지지하지 않는다며 '은행권의 자율'을 다시 강조했다. 앞선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종노릇, 갑질 등 발언에서 시작된 논의가 이날 은행권 이자 캐시백으로 일단락 된 것이다.
문제는 환급 기준이다. 은행권은 지원대상을 연 4%가 넘는 이자로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로 한정했다. 은행권의 소호(SOHO)대출에 대한 부실을 막고 연착륙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파악해 충당금을 쌓았다면, 이번 이자 캐시백을 통해선 사전에 차주에게 이자를 지원하고 부실을 막도록 리스크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자기 선택과 책임이라는 시장경제 원칙을 무너뜨려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연 4%가 넘는 금리로 대출받은 다른 고객들은 혜택이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분담기준은 은행의 당기순이익이다. 같은 조건에서 돈을 빌렸더라도 순이익이 높은 곳의 차주는 순익이 적은 곳의 차주보다 더 많은 이자를 돌려받는다. 시중은행이 지방은행보다 상·매각을 통한 선제적 조치를 시행하고도 건전성 지표가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허리가 휘고 있는 차주는 지방은행에 몰려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도 '중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설립 취지로 볼 때 취약차주를 더 많이 지원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에 비해 지원 규모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률적인 지원을 약속하고도, 부동산임대업 대출 차주를 콕 집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 역시 "가장 취약한 시장의 차주를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은행권의 이자 캐시백 정책은 앞선 정부의 지원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향후에도 정부가 은행권을 압박해 번번히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다.
앞서 2008~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기 당시 대형 금융지주 계열사 임원들은 연봉의 10~30%를 반납했다. 은행권은 자금을 출연해 저소득층 금융을 지원하는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이 30~40% 삭감됐다. 2015년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실업 문제 해결을 돕겠다며 연봉 30%를 자진 반납했다. 모두 연봉과 재단 운영으로 민간회사의 자율성과 금융소비자 선택이라는 시장 원칙은 지킨 핀셋지원 정책이었다.
강민욱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에서 정책을 하는데 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서 금융권 돈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면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을 사용한 지원 정책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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