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9회말엔 원하는 공 들어오지 않아도 후회없이 휘둘러야"

[과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2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에는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후회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동료 시민과 나라를 위해 잘해야만 되겠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상식 있는 동료 시민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길을 같이 만들고 같이 가겠다"며 "국민의 상식과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앞장서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나침반만으로는 그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지지해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주시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며 "용기와 헌신으로 해내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비상대책위원 인선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비대위라는 것은 비상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신당 창당을 예고한 사람들도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특정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참여에 선을 그었는데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엔 "저는 어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쟁투의 의미에서의 정치에 대해서는 멀리했다"며 "'공공선의 추구'라는 큰 의미에서의 정치는 벌써 20여년째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마음 그대로 현실정치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미래를 더 낫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기자들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정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이냐'고 묻자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정부든 모두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국민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국민의힘이 하는 정책은 곧 실천이지만 다수당 민주당이 하는 정책은 약속이다. 그 시너지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 국민들께 필요한 정책들을 실천에 옮기겠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한 장관은 이임식에서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며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그건 저의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타협해서가 아니라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앞으로 제가 뭘 하든, 그 일을 마칠 때 제가 똑같이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 장관은 이날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여 면직안을 재가했다.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로는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과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이노공 법무부차관이 거론되는 가운데 당분간 이 차관이 장관 대행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