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에너지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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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거주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추위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처럼 적정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부른다.
진상현 경북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빈곤층은 127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이들을 돕고 있지만, 지원 사각지대나 예산 부족 등은 차치하더라도 난제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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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거주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추위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울 체감온도가 영하 21도까지 떨어져도 그들이 추위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다. 신문지를 구겨 옷 안에 끼워 넣고 이불을 둘러싼 채로, 얼음장 같은 방에서 그저 버틸 뿐이다. 전기요금이 겁나 전기장판을 못 켜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파가 드러낸 '에너지 불평등'의 단면이다.
이처럼 적정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부른다. 진상현 경북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빈곤층은 127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이들을 돕고 있지만, 지원 사각지대나 예산 부족 등은 차치하더라도 난제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에너지 빈곤층이 전기, 도시가스, 등유, 연탄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제공하는 에너지바우처 사업의 경우 한계가 명확하다. 주택 단열을 보강하거나 창호를 교체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조치 없이 연료비만 지원해서는 미봉책에 그칠 것이 뻔하다. '탈탄소'라는 정부의 장기적 정책 목표와도 배치된다. 에너지 빈곤층은 연탄 등 가장 값싼 에너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임차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에너지효율개선사업도 쉽지 않다. 비용 부담은 임대인의 몫이지만 실제 혜택을 보는 것은 임차인이기 때문에 임대인은 참여할 유인을 갖지 못하고, 임차인은 참여할 권리를 갖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아직까지 에너지 불평등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이렇다 할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 시스템도,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도 없다. 해법 도출이 어렵다 하더라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폭염과 한파가 빈번해지면서 에너지 빈곤층이 겪는 고통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는 인간다운 생활에 필수적이다. 그 중요성은 의식주에 못지않다. 에너지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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