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원장 한동훈, 수직적 당정관계 바꿔야 국민 신뢰 회복 [사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결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됐다. 한 전 장관은 21일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났으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비대위원장에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스타 장관'이었던 그는 이제 여당의 사령탑으로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정치인이자 차기 대선 주자로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변화와 쇄신을 갈망하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고, 당 혁신을 넘어 국회 개혁 등 정치문화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높은 인지도와 비정치인 출신의 참신함, 대야 전투력 등을 두루 갖췄다. 하지만 실전 정치와 선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은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등을 구성하는 막중한 권한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정치 혁신과 상반된 지시를 받는다면 비상 지도 체제를 꾸린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벌써부터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한동훈이 나오면 땡큐(한나땡)'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그럴수록 한 위원장은 진솔한 소통을 통해 여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대통령에게도 직언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당내 기득권, 주류 세력에 맞서 과감한 당내 개혁과 정치 혁신도 이끌어야 한다.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 역시 집권당 비대위원장이 해야 할 일이다. 그간 보여준 야당을 겨냥한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강성 지지자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많은 국민은 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 기성 정치와 차별화되는 참신함으로 정치판에 변화를 일으켜야만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