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팔 비틀어 187만명에 85만원씩, 선거 때마다 이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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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소속 18개 시중은행들이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이자를 돌려주기로 했다.
은행들이 2조원을 거둬 1조6천억원은 이자 환급에 쓰고, 4천억원은 전기료·임대료 지원 등 이자 환급 외 방식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외의 취약계층 지원, 보증기관 또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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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소속 18개 시중은행들이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이자를 돌려주기로 했다. 약 187만명이 평균 85만원씩 환급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종 노릇”이라는 등의 자극적인 언사로 은행을 압박해, 특정 개인들에게 소액의 현금을 나눠주는 것으로 귀결됐다. 형평성 시비는 물론이고 총선용 선물 아니냐는 꼬리표까지 달게 됐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소속 은행장들은 2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를 열어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은행들이 2조원을 거둬 1조6천억원은 이자 환급에 쓰고, 4천억원은 전기료·임대료 지원 등 이자 환급 외 방식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외의 취약계층 지원, 보증기관 또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자 환급이라는 지원 방식 자체와 대상 선정의 공정성이다. 지난 1년간 연 4%를 넘는 금리의 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4%를 초과한 이자 납부액의 90%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되돌려준다는 것인데, 형평성 논란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성실한 채무 상환으로 신용도를 관리해 4% 이하의 금리를 적용받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기준선 바로 아래인 3.9% 금리의 대출을 상환하고 있는 차주라면 억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금리와 관계없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개인 채무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이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수익에 있는데, 그 이자 수익 형성에 기여한 것은 개인 채무자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준금리와 정부 정책에 따라 영업 활동을 제약받는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고, 위기에 처하면 공적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공공재이므로, 흑자가 났다고 지나친 성과급 파티를 벌이거나 하는 도덕적 해이는 방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부가 은행 팔을 비틀어 특정 개인들에게 현금을 나눠 주게 하는 건 공정하지도 옳지도 않다. 초과수익을 자본금 확충 등 은행 건전성 강화에 쓰게 하거나, 아니면 다른 형태로 돈을 걷어 보편적 복지 사업에 사용했어야 한다. 애초부터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생색을 내려고 이런 방식을 택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여러모로 부적절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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