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외부효과

2023. 12.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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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을 만나면 잠시 멈추고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외부효과를 인지하려는 노력이 종교와 철학과 과학의 시작이다.

기업도 외부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환경에 대한 기업의 직접적인 외부효과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걸친 간접적 외부효과까지 포괄적으로 공시하기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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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을 만나면 잠시 멈추고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자연인들에게는 대체로 기구한 사연이 있다. 가족과 친구와 세상이 할퀴고 간 몸과 마음의 생채기를 오롯이 자연의 힘으로 치유하는 중이다. 자연의 삶은 하루하루가 불편하지만 사회에서 겪었던 불편에 비하면 견딜 만하다. 인간은 존재만으로 다른 생명에게 유해할 수 있다. 이 외부효과를 인지하려는 노력이 종교와 철학과 과학의 시작이다.

기업도 외부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기업은 사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종종 공공의 가치를 훼손해왔다.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량, 탄소발자국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유해한 것을 인지하고 존재의 흔적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로드맵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기업들은 환경 문제를 '이중 중요성'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즉 환경 문제가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측정하는 것은 물론 기업 활동이 환경 파괴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파악하여 공시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기업의 직접적인 외부효과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걸친 간접적 외부효과까지 포괄적으로 공시하기를 요구한다.

사회적 존재인 이상 누구도 외부효과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회계도 그렇다. 회계는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자들이 공정한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고안된 규범이다. 회계를 비롯한 자본시장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온 덕분에 우리 자본시장은 성장을 거듭했다. 1996년 760개사의 주식이 상장되었던 거래소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117조원에 불과했는데, 2022년 기준 2437개사 주식에 자본 2082조원이 모여 있다. 이 같은 자본시장의 성장을 보면 자본시장에서 공정은 점진적으로 달성되는 중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정교하게 고안된 회계제도들도 제 몫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달성한 공정이 반드시 사회적인 공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자본'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은 역사적으로 크게 증가해왔고, 이는 자본과 노동 간 불균형한 소득분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이후 노동소득 대비 자본소득분배율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자본시장에서 달성된 공정이 자본의 수익률을 엄격하게 보장하는 동안 노동시장은 그만큼의 공정을 달성하지 못하였고, 자본과 노동수익 간 불균형은 확대되었다. 즉 회계를 포함한 자본시장 제도들이 자본시장의 공정에 기여하는 동안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되고 있었던 셈이다. 회계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회계는 이러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보정하고자 국제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확정하고, 주주가치를 매개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함께 보전하고자 노력 중이다.

존재하는 한 완전히 무해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내 존재와 업의 독성에 대해서 더 예민해져야 한다. 내 일만 잘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나의 외부효과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개인과 기업과 사회의 실력이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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