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등판' 한동훈, 위기의 국민의힘 구할까
총선 앞두고 당대표 공백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 당정관계 풀까 관심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총선을 불과 석 달여 앞두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이끌게 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최대 임무는 총선 승리다. 국민의힘을 총선에서 원내 제1 정당으로 만들려면 한 장관이 풀어야 할 숙제가 쌓여있다. 당내에선 수직적이라고 평가 받는 당정 관계와 ‘영남당’ 한계에서 비롯된 ‘수도권 위기’ 등이, 당 밖으론 오는 28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쌍특검’ 법안 처리 등이 각각 한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공식 추천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은 단 일주일이었다. 그는 지난 13일 김기현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튿날인 14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고 같은 날 중진연석회의, 15일 의원총회, 18일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20일 상임고문단 간담회 등 당내 의견을 잇달아 수렴했다.
당헌·당규상 내년 1월11일까지 출범해야 하는 공천관리위원회뿐 아니라 선거대책위원회 등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 지도부가 결정해야 할 중대사안이 많다. 윤 원내대표는 21일 간담회에서 “당의 총선 전략과 총선 준비가 새해부터 새 지도부 중심으로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 인선 기준으로 △변화·쇄신·미래를 갈망하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고 당 혁신을 넘어 국회 개혁 등 정치 문화의 개혁 추진 △신뢰를 기반으로 당정 관계의 소통 질 향상 △청년층·중도층 공감대과 당 보수 지지층 재결집 유도 등을 꼽으며 “한동훈 장관은 당 내외 인사 중 다수가 추천하는 인물로 의견 수렴 과정에서 그 역할에 대해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윤 원내대표가 “가장 젊고 참신한 비대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 달리 한동훈 장관을 향한 당 안팎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섞여있다. 특히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인 만큼 당내에서 꾸준히 제기되던 수직적 당정 관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가 물음표로 남아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최대 관건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푸는지 여부로 나머진 부차적”이라고 봤다.
당내에서도 당정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전 대표 땐 당정이 충돌했는데 당정 간 싸움으로 비화하면 그것도 위기다. 김기현 전 대표 땐 쓴소리해야 할 때 하지도 않고 대통령 설득도 못하고 같이 무너졌다”며 “한 장관은 이전의 실수와 오류를 잘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 비대위원장은 당정 관계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국민의 마음과 당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변명 없는 국정운영의 쇄신을 이끌어내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윤 원내대표는 “당과 대통령실, 정부의 관계는 소통 문제가 없고 양방향으로 소통이 잘 되고 있지만 국민께서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것도 알고 있다”며 “오히려 한 장관과 (대통령이)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소통의 질이 훨씬 좋아지고 진솔한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첫 시험대는 비대위원 구성…김건희 특검법도 난제
한동훈 장관의 국민의힘 신임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색깔은 비대위원 인선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정체된 당 지지율과 수도권 위기론 등 국민의힘이 닥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인선에 달려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성공한 국민의힘 비대위엔 신선한 인물이 있었다”며 ‘박근혜 비대위’의 이준석 전 대표와 진보 계열로 꼽혔던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의 비대위원장 선임 등을 그 사례로 꼽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도 “이번 총선에서 586 운동권 심판론이 작동하게 하려면 지금까지 해왔던 인물이 아닌 인물로 비대위원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더 강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과제로는 28일 본회의에서 자동 상정될 예정인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된 이른바 ‘쌍특검’ 법안 처리가 있다. 한 장관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선전·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라면서도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며 총선 후 처리를 시사한 바 있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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