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병사 평균 나이 43세로 열 살 높아진 이유
일부선 “젊은이 보호도 중요하지만, 나라 생존이 걸렸는데” 비판
지금까지 사상자 50만명 추정…우크라이나 국방부 “50만 명 추가 징병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군부에선 50만 명의 추가 징병을 요구하지만, 이는 매우 민감하고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 전선에 모두 100만 명이 투입되면 병사들 관리를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며, 50만 명을 추가 징집하기 전에 “이미 2년 간 나라를 지킨 이들의 병력 교체, 휴가 문제와 같은 종합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미국과 유럽의 군사 지원이 각국 내 정치적 이유로 막히면서, 모든 전선에서 작전을 감축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600억 달러 어치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을 막았고, 유럽연합(EU)에선 헝가리가 500억 유로 규모의 재정 지원을 막았다.
EU는 또 내년 3월까지 100만 발의 포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제공된 것은 48만 발에 불과하다. 미국은 155㎜포의 포탄 200만 발을 제공했지만, 재고가 급속히 소진되면서 지난 7월 포탄을 집속포탄으로 바꿨다. 미국 내 155㎜ 포탄 생산량은 월 2만8000발 수준(9월 현재)이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한 달에 20만 발 이상의 포탄이 필요하다.
◇현재 50만 명 전선에 투입
그러나 이보다도 절실하게 부족한 것이 1000㎞에 달하는 전선을 지킬 병력이다. 젤렌스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전선에 투입된 병력이 50만 명에 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작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고 한 달 지났을 때에 러시아군의 평균나이는 20~25세였다. 우크라이나군은 30~35세였다. 그때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은 홈그라운드라는 이점과 조국을 지킨다는 명분, 풍부한 군 경력 등의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그때 얘기다. 젤렌스키는 일단 군부의 50만 명 추가 징집 요구를 보류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군의 평균나이는 43세다. 젤렌스키의 한 측근은 “그들의 건강 상태는 부유한 북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처지도 못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사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2년 가까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군에서도 5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푸틴은 이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에 61만7000명을 투입하고 있다며, 목적을 이루기까지 전쟁을 멈출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푸틴은 내년 3월 대선 끝나면 대규모 징집할 것
전체 인구가 우크라이나(약 3674만 명)의 4배인 러시아(약 1억4400만 명)는 가용(可用) 병력 자원에서 비교가 안 된다.
침공 초기부터 병력에선 비교가 안 됐다. 글로벌 파이어파워(Firepower) 2023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현역병이 20만 명이었고, 러시아는 133만 명이었다. 러시아는 또 죄수든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고, 충분한 훈련도 받지 못한 병력을 ‘총알받이’로 최전선으로 보낸다.
푸틴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추가 징집의 필요성은 없다고 했지만, 내년 3월 대선이 끝나고 나면 다시 대규모 징집령을 내릴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 지휘관들 “40세 미만 젊은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군의 이고르 프로코피악 중위는 19일 유로뉴스에 “전쟁 초기엔 우크라이나인 모두 흥분해 아드레날린이 솟구쳤고, 모두 전선으로 가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계속 접하면서 아드레날린은 사라지고 공포가 찾아들었고 사람들은 목숨을 잃을까봐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제24기갑여단의 대대장인 올렉산드르 볼코프 소령은 “우리 부대도 제대로 충원되지 못해 병력 교체도 못하는데, 부대원의 40%는 45세 이상”이라며 “나라를 지키겠다는 동기가 확실한 40세 미만 젊은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선 마치 우리가 조만간 승리를 쟁취할 것처럼 얘기할지 몰라도, 적[러시아]은 정말 매우 강력하다. 우리는 그들을 물리치려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전쟁을 자신의 실존(實存)이 달린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남이 대신 해줄 수 있는 일로 여긴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선 좋은 자질의 병사가 배출될 수 없다.
돈바스 주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대치하는 한 지휘관은 이 잡지에 “1주일도 안 돼 20명 소대원 중 6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한 지휘관은 “45~47세인 부대원들은 최전선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숨이 찬다”고 말했다.
독일 국영방송인 DW는 지난달 60세가 된 부대원 3명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한 지휘관의 얘기를 소개했다. 이 지휘관은 “전선에서 죽어나가는데 이를 채울 병력이 부족하다”며 “드론, 탱크, 전투기가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이 방송에 말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부 도네츠크 주의 한 전선에서 소총수로 복무하는 47세의 암호명 ‘두복’이 입대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두복’은 마을의 이발소에서 강제 징집돼 모병소에서 이틀 간 구금된 끝에 입대 서명을 했다. 모병소에선 전기기술자인 그에게 후방 기술직을 약속했지만, 이는 뇌물을 줘야 가능한 보직이었다.
결국 그는 현재 러시아가 총공세를 펼치는 곳 중 하나인 도네츠크주의 아우디이우카 전선에 배치됐다. 그는 이 신문에 “육체적으로 이걸 해낼 수가 없다. 내가 20세가 아니라는 것에 좌절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래를 위해 20대 초반 징집 안 해
우크라이나군의 주류가 40대인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의도한 측면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나라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20세 초반 인구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취했다. 그래서 의회는 징집 연령을 25세까지 낮췄지만, 정부는 27세 미만 젊은이는 징병하지 않았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여름의 대반격이 성공해서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추가 징병을 할 필요성이 사라지길 희망했다. 그러나 기대는 사라졌고, 우울한 전황으로 사람들은 더욱 입대를 기피하게 됐다.
◇대도시 기업 고용 젊은이는 보호 받고, 시골 중년층만…
입대 과정의 불투명성과 부패도 우크라이나군의 평균나이를 2년 새 열 살 올리는데 한몫을 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18~60세 남성은 해외 여행을 금한다. 군면제자는 군복무가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받은 사람들이나, 자선봉사단체의 자원봉사자들 정도다.
그러나 오데사주의 한 30세 남성은 약 7600달러의 뇌물을 주고 허위 진단서를 받았고, 결국 이웃 몰도바로 넘어갔다. 그는 WSJ에 “나는 위대한 우크라이나와 국민을 지지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대도시의 큰 기업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입대를 보류하는 회사의 보호를 받거나, 뇌물을 주고 징집을 피한다. 지난 8월 젤렌스키는 전국 24개 모병소의 책임자 전원을 해고했다. 뇌물을 받고 징집을 면하게 해주는 부패 관행이 너무 만연했다.
결국 중년층 이상 인구가 많고 서로 잘 알아 징집을 피할 이유를 대기도 힘든 지방 마을에서 징집이 종종 강압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효율적인 군사 훈련을 바라는 서방 국가들로서도 40대 우크라이나 신병을 교육하기는 쉽지 않다.
이호르 로마넨코 우크라이나군 예비역 중장은 이 신문에 “특히 보병의 경우 35세 이상은 더 젊은 층에 비해 임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젊은이를 보호해야 하지만, 그러나 지금은 나라가 생존을 놓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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