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윤석열 사단’ 한동훈···국민의힘도 검찰처럼?

문광호 기자 2023. 12. 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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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젊음, 직설적 화법은 강점
정치 경험 없어 리스크 발생할 수도
‘수직적 당정관계’ 타파 여부가 관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결산안이 마무리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여미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의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됐다. 검사 시절부터 입각 후까지 윤석열 사단 일원이었던 한 전 장관이 이젠 여당을 이끄는 정치인으로 윤 대통령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원활한 당·정 소통, 공천 물갈이 용이성은 장점으로 꼽힌다. 철저히 윤 대통령 호위무사 역할을 해온 그가 수직적 당정관계를 타파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인 한 전 장관은 1995년 대학 재학 중 22세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선배’ 윤 대통령과의 첫 인연은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 때 같은 팀에 속하면서 맺게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하며 2003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사건, 2006년 현대차 비자금 부당거래 사건, 론스타 부실 매각 사건 등을 수사했다.

윤 대통령과 인생의 굴곡도 함께 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윤 대통령이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일 때는 한 전 장관이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3차장검사로 영전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다. 이때 다스 비자금 횡령 사건을 수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한 전 장관은 특수수사를 총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었다.

승승장구하던 한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한 뒤 한직으로 밀려났다.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 전 장관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했다. 이후 ‘검·언 유착’ 의혹 공범으로 지목돼 그해 6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거듭 전보됐다. 당시 검찰은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면서 한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도 비밀번호를 몰라 들여다보지 못했다. 2021년 6월부터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근무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 파격 인선의 주인공이 된 한 전 장관은 내각에서도 정권의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고위공직 후보자의 검증을 맡았고, 시행령을 통해 국회가 축소한 검찰 수사권을 원상회복했다. 검찰 인사는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싹쓸이했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한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도 긴밀하게 소통할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민주당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무렵 한 전 장관과 김 여사가 수백회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 한 전 장관은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 전 장관은 보수층에서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힐 정도로 대중성을 갖추고 있으며 50세로 비교적 젊다는 것도 장점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그를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이고,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고 평가한 배경이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가 주요 이슈를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화법은 보수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강점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주문한 ‘싸우는 국무위원’의 전형이 한 전 장관이다. 국민의힘 일각은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결 구도가 펼쳐지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은 단점이기도 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정당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 간다면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질문에 반문으로 공세를 취하거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는 향후 발언 논란의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

수직적 당정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상명하복이 확실한 검찰에서 상관과 부하로,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국무위원으로 관계를 정립해온 한 전 장관이 당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전 장관이 최대 현안인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정권’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것도 단점이다. 당장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정부와 여당은 성과없이 죄다 요직에 특수부 검사만 잔뜩 가 있는 ‘다특검정부여당’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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