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강제동원 손배 소멸시효’ 논란 정리…230여명 청구권 보장

이지혜 2023. 12. 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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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살아있는지를 따질 때 2012년이 아닌, 2018년 10월30일을 기준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일부 재판부는 대법원이 처음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2012년 5월24일을 출발점으로 삼았고, 일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첫 승소가 확정된 2018년 10월30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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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 2차소송…‘2018년 대법 전원합의체’ 소멸시효 시작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오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살아있는지를 따질 때 2012년이 아닌, 2018년 10월30일을 기준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2018년 10월 이후 제기된 하급심에 계류 중인 약 60건의 소송, 원고 230여명이 이 판결에 따라 청구권이 인정된 상태에서 배상 여부를 재판에서 다툴 수 있게 됐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940년대 강제동원돼 노역에 시달린 피해자들과 유족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2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는 피해자 한명당 1억∼1억5천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 두 사건으로 확정된 배상금은 총 11억7천만원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태평양전쟁이 벌어진 1942∼1945년 일본제철 전신인 국책 군수업체의 제철소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 강제 동원돼 일했다. 두 소송 1·2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재판이 길어지는 사이 피해 당사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처음으로 법원 문을 두드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2년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이 사건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2018년 10월30일 피해자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미 대법원 승소 사례가 나온 상황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남은 소송 최대 쟁점은 손해배상 청구권의 효력 상실 여부를 따질 때 어느 시점을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가였다. 이 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은 ‘권리행사의 장애사유가 제거된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하는데, 법원은 일본 기업들의 불법행위와 배상 책임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 3년’의 출발점에 관해선 판단이 엇갈렸다.

일부 재판부는 대법원이 처음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2012년 5월24일을 출발점으로 삼았고, 일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첫 승소가 확정된 2018년 10월30일로 봤다.

이날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2018년 10월30일이 소멸시효 출발점이라고 명시했다.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여서 ‘확정적 인정’이 아니었고 파기환송심에서 새로 제출되는 주장과 증거에 따라 결론이 바뀔 수도 있었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로서는 여전히 피해구제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 1000여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총 66건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중 230여명이 제기한 60여건의 소송이 이번 판결로 청구권을 보장받게 됐다. 나머지 소송의 원고들은 2012년을 기산점으로 삼아도 청구권이 유효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오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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