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완’ 해시태그로 300만 운동친구를 만나다
친구와 함께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본 느낌을 소셜미디어에 남기고 싶었다. 영화 내용을 되새기며 감상평을 쓴 다음 마지막 마무리는 해시태그 ‘#영화스타그램 #서울의봄’으로 했다.
70년대 ‘프로그램 주석 달기’ 위해 탄생
2007년 트위터 사용 뒤 ‘SNS 필수 기능’
‘#댄스챌린지’ ‘#싸강’, 최근 유행 보여줘
가장 인기 높은 해시태그 ‘#공스타그램’
사람들은 글과 그림, 동영상을 올리며 자연스레 해시태그를 남긴다. 자기 기록을 나누고 싶어서다.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에서 특정한 주제나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약속이다. 방대한 정보를 주제별로 묶고(tag) 정보를 찾기 쉽게 #기호와 키워드로 연결해 나타낸 것이다. 해시 기호(#)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그 단어에 대한 글을 모아 분류해서 볼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둔 정세랑 작가의 신간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문학동네 펴냄)가 어떤지 궁금해졌다. ‘#설자은금성으로돌아오다’를 치니 500개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의 가지각색 감상평이 뜬다. 몇 개를 클릭해서 읽어보며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요즘 육아 역시 소셜미디어 없이는 할 수 없다. 출산휴가를 간 동료는 엄마들에게 인스타그램이 필수라며 육아의 모든 것을 해시태그 검색으로 알아본다고 한다. ‘#육아스타그램’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솔직하게 쓴 후기를 보면서 나에게 맞는 정보를 찾는다. 쌍둥이 자녀를 낳은 엄마들은 ‘#둥이맘’이라는 해시태그로 모여 쌍둥이 엄마로서의 힘든 삶을 나누면서 힘을 얻는다. 내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해시태그로 검색해 정보를 찾고 관심사가 같은 다른 사람들을 발견한다. 해시태그는 정보를 검색하고 정보를 나누는 데 유용한 도구다.
해시태그는 1970년대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주석을 달 때 해시태그를 붙이고 어떤 종류의 코드인지 알리는 방식에서 유래됐다. 해시태그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미국 블로거 크리스 메시나가 엑스(옛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를 사용해 주제를 구분하자고 제안하면서다. 이어 엑스 사용자들이 본문에 해시태그를 달기 시작했고, 해시태그 검색기능이 추가되면서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의 필수기능으로 자리잡았다.
해시태그는 정보 공유 기능을 넘어 문화와 트렌드를 표현하는 매개가 됐다. 매해 새로운 해시태그가 새롭게 등장한다. 요즘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가 궁금하다면 ‘#댄스챌린지’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된다. 코로나19 때는 ‘#싸강(싸이버강의)’ ‘#집콕’ 같은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표현한 해시태그가 나왔다. 가수들이 공연장에 갈 수 없는 팬들을 위해서 에스엔에스(SNS) 라이브를 통해 팬을 만나는 ‘#집콕라이브’도 새롭게 등장한 해시태그다.
해시태그에는 트렌드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드러난다. ‘#택배기사님힘내세요’ 태그는 누가 주도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 사람들은 늘어난 물량으로 고생하는 택배기사들에게 전할 과자와 음료를 챙기면서 해시태그로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따뜻함을 만들어냈다. ‘#BlackLivesMatter’ 같은 해시태그는 미국에서 일어난 공권력의 흑인 과잉진압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확대됐고, 소셜미디어에서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함께 달며 집단행동으로 이어갔다.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를 팔로 하는 기능이 있다. 내가 관심 있는 키워드에 관련된 게시물을 모두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요리’라는 해시태그를 팔로 해두면 ‘#요리’를 태그로 한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이 내 피드에 뜨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팔로 하는 해시태그는 뭘까? 바로 ‘#공스타그램’이다. 공스타그램은 공부와 인스타그램을 결합한 단어다. 한국은 공부가 중요한 나라다. 초등학생부터 좋은 대학에 가려고 공부한다. 입시가 끝나도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회사에 다니면서도 미래를 위해 각종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한다. 공부는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다. 힘들어도 목표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혼자 가야 하는 길이다.
공부 관련 해시태그가 가장 많은 이유는 뭘까? 공부가 외롭고 힘든 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외롭고 힘든 공부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나 힘들다고 투정하고 또 격려받기 위해서 해시태그를 올린다. 혼자만이 아님을 느끼는 것이다. ‘#공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누르기만 해도 자신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이 올린 700만 개 이상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받고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올리며 자신을, 서로를 응원한다.
‘#오운완(오늘운동완료)’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운동 역시 혼자서 근육을 키우는 외로운 일이다. 달리기는 내가 내 두 발로 오롯이 뛰어야 하는 운동이다. 오운완은 나 자신에 대한 인증이며, 운동하기 싫을 때 다른 ‘#오운완’들을 보며 힘을 내게 해주는 마법의 단어다. 인스타그램에서 혹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나의 300만 운동친구와 함께 운동하며 힘을 주는 단어가 됐다.
이렇게 해시태그는 소통과 나눔을 연결하는 전달자다. 궁금할 때 정보를 찾고 새로운 커뮤니티와 만나는 통로이자 감정을 나타내는 연결고리다. 처음엔 정보로만 해시태그를 사용하던 나도 다른 이들처럼 내 감정을 드러내는 해시태그를 만들어 써보니 즐거웠다. ‘#저회사출근하다가넘어졌는데액땜인가요’ ‘#스타킹빵구쥐구멍어디인가요’ ‘#눈에썬크림들어가서출근길에눈물줄줄’과 같이 자신이 느끼는 기분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해시태그도 단다. 해시태그는 연결 수단을 넘어서 자기표현 수단과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공감하며 좋아요를 누르고 ‘#인생뭐있어’ 등 답변으로도 해시태그를 단다.
어떤 사람들은 팔로를 늘리기 위해 해시태그를 수십 개 달기도 한다. 하지만 해시태그를 타고 나를 찾아온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뭘까? ‘#일상’ ‘#좋아요’ ‘#연예인’ 등의 해시태그를 타고 들어왔다가 전혀 상관없는 피드를 발견하고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관심 있고 좋아하는 해시태그를 통해 당신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발견하고 만나고 소통하기를 원한다. 의미 없는 해시태그 100개보다는 내 피드를 진심으로 담은 해시태그 1개가 더 의미 있는 이유다.
유행하는 해시태그가 있다면 유행을 타지 않는 해시태그도 있다. 2021년부터 작년까지의 톱 해시태그 통계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10위 안에는 ‘#일상’ ‘#BTS’와 같이 누구나 봐도 이해되는 인기 많은 해시태그와 함께 ‘#위로글귀’ ‘#명대사’ ‘#영화명대사’ 등과 같은 예상 밖 해시태그도 들어 있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아름답고 멋지고 화려한 것, 피상적인 것만을 좇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실은 인스타그램 안에서도 다정한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위로받고 위로하고 싶어 한다. ‘#따뜻한말’ ‘#힘이되는말’ 같은 해시태그를 팔로 하면서 다정함을 만나고 싶어 한다. 해시태그는 내 팔로를 늘리기 위해서 하는 장치가 아니라 진정으로 소통하고 누군가를 만나게 해주는 다정한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해시태그를 달고 있는가?
#정다정의소셜미디어살롱 #마감완료 #기쁨주의 #해시태그만세
정다정 메타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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