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지스강 ‘찍먹’·“경각심을 가지세요”·‘맑눈광’…올해 예능을 바꾼 ‘세 장면’[스경X연말결산]
방송가 예능 프로그램은 한 해 대중의 정서 중 최첨단을 가로지르는 역할을 한다. 올해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방송됐으며, 인기를 얻거나 실망을 주기도 했다. 올해 솔루션 예능은 조금 침체한 반면, 연애 리얼리티의 인기는 여전했다.
코로나19 시국이 풀려나면서 여행 예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으며, 그 와중에 여행 유튜버를 비롯한 새로운 얼굴들이 각광을 받았다. 한쪽에서는 복고의 유행에 발맞춰 과거 인기 있었던 여러 요소가 재등장하며 재미를 줬다.
‘스포츠경향’ 방송팀에서 선정한 올해 예능 가장 의미 있었던 ‘세 장면’을 꼽았다.
■ ‘태계일주’, 그가 대상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을 때
올해 번성했던 여행 예능,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작품은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시리즈였다. ‘나 혼자 산다’ 시절부터 기안84와 찰떡호흡을 맞췄던 김지우PD는 자신의 연출 데뷔작에서 기안84의 캐릭터를 확장했고, 올해 세 차례나 걸쳐 남미, 인도, 마다가스카르와 만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위생에서는 저항력이 강하다고 여겨졌던 기안84가 여름 시즌 2 인도 편에서 보여줬던 갠지스강 시음 장면은 압권이었다. 기안84가 인도 바라나시에 향한다고 했을 때 많은 누리꾼들은 과연 그가 갠지스강에 뛰어들 수 있을지를 궁금해했는데, 그는 아예 가이드의 권유로 갠지스 강물을 찍어 먹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훗날 전현무가 이 장면을 일컬어 “대상 레이스에서 나를 앞지른 장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나는 SOLO’ 16기, 예능작가들은 반성하라
역시 연애 리얼리티의 강세도 있었다. ‘솔로지옥’ 출신의 덱스가 방송인으로 안착했고, 기존의 시리즈 말고도 ‘소년소녀 연애하다’ ‘솔로동창회-학연’ ‘핑크라이’ 등의 프로그램이 기획됐다.
하지만 적어도 이 형식에 있어 올해 가장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은 ‘나는 SOLO’ 그중에서도 16기였다. 돌싱특집으로 꾸며진 16기는 7월 말부터 10월까지 무려 11주, 웬만한 미니시리즈를 넘어서는 기간 동안 방송됐다.
과연 ‘전원 빌런’ 특집이라 할 만큼 어지러운 회차였다. 각종 오해와 돌발행동, 권모술수와 진심들이 뒤섞여 혼란함을 자아냈다. 특히 영숙이 그 중심에서 “경각심을 가지라”는 밈(Meme)을 만들어냈는데, 방송 이후의 갈등까지 포함해 방송가에서는 “예능작가들 정신 차려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 복고와 MZ. ‘맑눈광’의 등장
또 다른 유행은 MZ로 불리는 20, 30대 젊은 층의 기호를 반영한 콘텐츠였다. 이들은 1시간이 넘는 기존 예능의 편성에는 싫증을 느꼈으며 많은 프로그램들이 ‘숏폼’의 형식으로, 심지어는 15초짜리 짧은 예고편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러 나섰다.
이중 가장 화제가 많이 된 프로그램이 쿠팡플레이의 ‘SNL 시리즈’였다. 기존 호스트들의 망가짐 말고도, 프로그램은 크루 중 MZ세대에 해당하는 주현영, 김아영, 윤가이 등의 활약으로 세대교체에도 성공했다.
특히 김아영은 연초부터 ‘MZ 오피스’ 코너를 통해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캐릭터를 얻어, 지금 MZ세대의 민낯을 내보였다. 김아영은 이 코너 외에도 1990년대 젊은 세대를 재현하는 코너에서도 능력을 보이며 단숨에 예능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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