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땡’ 외치지만… ‘검사 vs 피고인’ 총선 불안한 野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총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그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로써 제22대 총선은 사실상 ‘한동훈 vs 이재명’의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한 장관 등판이 정권심판론을 강화할 거라며 호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현직 당대표를 비롯해 수사 중이거나 기소된 현역 의원만 수십 명이어서 ‘검사 vs 피고인’ 구도에 갇힐 거란 우려도 나온다.
그간 민주당에선 이른바 소위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란 말이 여러 차례 나왔다. 4선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전날 MBC 라디오에서 “민주당에게는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 되는 게 아주 반가운 일”이라며 “심판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는 존재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꼭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되시면 좋겠다”고 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과녁이 많아지면 야당에겐 나쁠 게 없다. 환영한다”고 했다.
반면 ‘한동훈 비대위’가 민주당의 사법리스크를 더 키울 거란 내부 우려도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 각종 범죄 혐의로 수사 및 기소된 현역 의원은 40여 명에 달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까지 합하면 더 늘어난다. 지난 18일 검찰은 자녀입시비리와 감찰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에게 2심에서도 징역 5년을 구형했다. 2심 판결은 내년 2월 8일 나온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로 주 최대 3회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위증교사는 다른 사건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 총선 전 1심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구속영장 기각 시 영장전담판사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었다. 민주당이 “야당 탄압”이라며 검찰을 공격할수록 법무부 수장 출신 한 장관과 간극이 커져 ‘피고인’ 이미지가 짙어진다는 것이다.
개혁 이슈에서도 뒤처졌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사퇴와 중진 불출마, 비대위 구성 등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 개입’ 논란도 크지만, 총선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적다. 반면 민주당은 최근 ‘친명(친이재명)계 봐주기 공천 심사’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학살’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과거 고문치사 사건에 가담해 실형을 선고받은 친명계 인사가 ‘적격 후보’ 판정을 받는가 하면, 평가 하위 10% 의원의 감점을 강화해 비명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현역 평가를 명분으로 비명계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한나땡’ 이런 얘기나 하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변화에 따라 여론이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도 요구할 거란 의미다. 박 의원은 “정부여당은 민주당을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와 피고인들의 정당’으로 규정해버리면 이 샅바에 스스로 잡히게 된다”며 “여기에 당하지 않고 벗어나려면 우리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구체적인 실행계획,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당 혁신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상식’은 통합 비대위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 등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주류·비주류를 아우르는 인물을 들여 선거 대응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향후 비례대표 의원 공천권한 등 실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당내 기반이 절실한 이 대표로서는 차기 총선을 통해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원칙과상식은 “한동훈 비대위는 민주당에게 기회”라며 “결국 많이 변하는 쪽이 이긴다. 이 기회를 놓치면 민주당도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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