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 “늦었지만 피해자 두텁게 보호한 판결”···“한국 정부가 판결 취지 훼손”
“역대 판결 중 피해자 권리를 가장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판결을 대법원이 내놓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측 대리인단은 21일 대법원의 원고 승소 판결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비판하면서도 “매우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민족문제연구소,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법률대리인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앞에는 고인이 된 피해 당사자들의 사진이 각각 자리를 잡았다. 2013~2014년 소송이 제기된 후 대법원이 판결을 확정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피해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일본제철 사건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판결은 한국 사법체계 안에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 인용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오늘 판결로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강제동원 판결들은 소멸시효로 기각될 여지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관한 판단은 2012·2018년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 정리가 됐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법률적 쟁점은 소멸시효였는데 강제동원 관련 쟁점은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고법원이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들 측 대리인 김정희 변호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쟁점이 유사한데도 대법원에서 판단이 5년이나 지연됐고 원고 당사자들은 작고했다”고 했다. “평생 한이었던 판결의 선고 결과를 눈감기 전에 보시지 못한 것은 사법부의 책임”이라고도 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3년 가까이 헤이그 송달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재판 절차를 지연시킨 일본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대리인단은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명시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해당 판결의 취지를 오히려 훼손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정면 비판이었다. 제3자 변제안이란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해 제3자인 국내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정희 변호사는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을 강행하면서 우리가 먼저 재원 절반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 절반을 채울거라 했지만,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고 했다. 임 변호사도 “외교부가 제3자 변제안을 얘기한 게 올해 3월이었는데, 9개월 동안 일본 측 사과나 재원 참여는 없었다.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의 채무를 본인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요구를 오늘 또다시 받아든 셈”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날 선고는) 한·일 정부 간 정치적 타협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한국 정부가 이제라도 판결의 정신을 이행할 수 있도록 외교적 보호권을 발동해서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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