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한동훈, '당정관계 재정립·與이탈층 복원' 숙제

차지연 2023. 12. 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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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최측근 '양날의 검' 강점으로 만들까…'직언' 가능 기대감도
'수직적' 비판 나온 당정관계 재정립 과제…중도층·수도권·청년 끌어안기 주목
집권당 대표로서 이재명과 관계 설정·김여사 의혹 등 '쌍특검' 대응도 관심
국회 온 한동훈 법무장관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한동훈 법무장관이 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국회로 들어오고 있다. 2023.12.20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국민의힘이 21일 장고 끝에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빠진 당의 '구원투수'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선택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를 채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 장관을 전격 지명한 것이다. 한 지명자로선 새내기 정치인으로 데뷔하는 첫 무대에서 집권 여당의 비상 사령탑이라는 무게를 감당해내야 한다.

이제 한 지명자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김기현 전 대표 사퇴 등으로 혼란에 빠진 당을 수습하는 동시에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됐다.

이를 달성하려면 선거를 포함한 현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서 정치적 활동 반경에 제약이 있을 것이란 선입견을 말끔히 털어내는 것이 급선무로 여겨진다.

대통령과 여당 사령탑이 모두 검찰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오해도 사려 깊게 불식시킬 필요성도 있다.

앞서 한 지명자는 정치 경험이 전무해 비대위원장직을 맡기 어렵다는 반대파의 지적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이미지는 양날의 칼이다.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강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당내에선 한 위원장을 향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해왔다. 윤 대통령의 검찰 직계 라인이자 최측근으로서 이런 역할을 맡기기에 적절치 않다는 걱정이 있는가 하면, 윤 대통령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오히려 거리낌 없는 '직언'을 통해 건강한 긴장 관계를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는 '수직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온 당정 관계와도 직결된 문제다. 당내에서는 30%대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과 지도체제 조기 붕괴 등 일련의 당 혼란상이 결국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시각이 엄존한다.

이런 점에서 새로 당의 지휘봉을 잡는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결국 한 지명자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는 당정 관계 재정립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 지명자는 이런 당 안팎의 기류를 고려해 당정 관계가 수평적이거나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차별화된 정치적 행보로 야당이 주장하는 '아바타' 이미지를 확실히 깨뜨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민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한동훈 법무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3.12.19 hama@yna.co.kr

총선까지 남은 기간 여권의 지지율 반등을 견인하는 것도 한 위원장의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선 현재 여권이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이른바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의 표심을 되돌려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들 계층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현재는 대거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이 정권 중간평가 성격도 띠는 만큼 한 지명자는 떠나버린 '중·수·청'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묘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미지, 이른바 '엄친아' 같은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갖췄지만,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인지도를 높여온 한 지명자의 지지층이 강경 보수에 한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그를 향해 '보수 아이돌'의 한계에 갇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 지명자는 이런 비판을 넘어설 포용력과 외연 확장 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험대에 선 셈이다.

중도층과 청년층을 공략하려면 '젊은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1973년생으로 갓 50대에 접어든 한 지명자가 젊은 3040 세대를 비대위원으로 대거 채움으로써 당 분위기를 일신하고 혁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외연 확대를 위해 주류와 각을 세워온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과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주류인 하태경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최대한 우리 편을 많이 늘려 끌어안아야 한다"며 "이 전 대표나 유 의원도 만나야 하고, 함께 선대위를 구성하는 데 한 장관이 역할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 설정,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야당의 특별검사 도입 추진 대응 등도 풀어야 할 난제다.

한 지명자는 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사법 이슈와 관련해 이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과 정면으로 충돌해왔다. 하지만 여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 야당 대표와는 각종 협상과 만남 등이 불가피하다. 대야 관계 역시 어느 정도 재정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를 예고한 김 여사 의혹 관련 특검 법안에 한 위원장이 직전 법무부 장관으로서 어떻게 대응할지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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