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녕하셨습니까] 재택근무 끝나자 출퇴근 불만 `퇴사 물결`

김영욱 2023. 12. 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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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산업군 따라 의견 갈라져
"재택, 업무효율 떨어져" 의견도
MS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에서 '바쁜 사무실'이라는 지시어를 주자 생성한 이미지.
MS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에서 '바쁜 출근길'이라는 지시어를 주자 생성한 이미지.

'백투더 오피스' 갈등

코로나 팬데믹 당시 직장생활을 시작한 A씨는 엔데믹이 됐지만 아직 회사 출근이 익숙하지 않다. 사무실이 일하기에 더 효율적인 환경이지만 재택근무가 심적으로 편하다는 생각이 강하다. 사무실에 출근한다 해도 협업과 팀워크가 저절로 따라온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100% 재택근무를 하다 주 1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B씨는 "붐비는 지하철을 타는 게 스트레스다. 직장 동료 중엔 마음이 맞는 사람도 있지만 보기 싫은 사람도 봐야 하니 솔직히 일주일에 하루도 사무실에 나가는 게 싫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됐지만 사회와 사람들은 아직 팬데믹 충격에서 말끔히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이어지는 대표적인 후유증은 사무실 복귀를 둘러싼 불만과 숨은 갈등이다.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모으려는 기업과, 아직 집에 머물고 싶은 직원들의 줄다리기와 눈치싸움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해외에선 작년 5월 이안 굿펠로우 전 애플 머신러닝 디렉터가 구글 딥마인드로 이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안 굿펠로우는 AI(인공지능)에서 널리 쓰이는 GAN(생산성 적대 신경망)을 처음 고안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AI 전문가다. 애플의 머신러닝 총책임자로 일하던 굿펠로우의 이직 이유는 작년 4월 애플이 100% 재택근무를 접고 일주일에 한번 회사로 출근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외신에서는 굿펠로우의 퇴사가 애플의 AI 경쟁력에 손실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IT(정보통신) 업계에서는 '사무실 출근으로 바뀐 후 회사를 갈아타거나 아예 직장생활을 그만두는 이들이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미국에선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에서 특히 갈등이 컸다. 100% 재택근무 대신 주 3일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회사의 통보에 '대퇴사' 물결이 일기도 했다. 빅테크들은 주3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근무 태도를 인사에 반영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8월 '주3일 근무'를 지키지 않는 직원들에게 해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도 '주3일 근무' 여부를 인사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재택근무냐, 사무실 근무냐의 행태와 인식은 세대와 산업에 따라 온도차를 보인다. 젊은 세대들은 주로 재택근무를 선호한다. 온라인으로도 무리없이 일할 수 있는데 굳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사무실에 나가야 하냐는 입장인 것. 그러나 기업 임원급들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는지 알 수 없고 같은 팀원이나 다른 팀과의 소통, 협업이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실제로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보다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성과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다만 사무실 분위기는 코로나를 거치며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과 달리 대면으로 하는 대화나 담소가 줄어들고,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 소통할 일이 있어도 메신저를 많이 쓴다. 한 IT 대기업의 50대 부장은 "사무실에서도 과거와 달리 큰 소리로 대화하는 이들을 보기 힘들다. 작업하는 키보드 소리가 적막한 사무실을 메우고 있다. 이렇다면 재택근무와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삭막해졌다"와 "일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엇갈린다.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는 '워라벨'과 '지장없는 근무'를 경험한 것이 크다. 사무실 출퇴근과 회식으로 '저녁이 없는' 날들을 보내던 직장인 중 많은 수가 팬데믹 당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하거나 자격증 공부, 취미활동을 했다. 디지털 기술과 보안 솔루션, 협업 프로그램 덕분에 집에서 일해도 생산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도 경험했다.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 차이는 설문조사에도 드러난다. 커리어테크 스타트업 퍼블리가 최근 경력직 개발자 3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7%가 재택근무로 인해 '동료와의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재택근무 가능 여부의 이직 영향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좋으나 가장 중요하진 않음' 56%, '가장 중요한 기준' 35%, '상관없음' 9%로 집계됐다.

KPMG가 글로벌 CEO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재택근무가 3년 내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봤다. 특히 생명과학·자동차·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 임직원의 사무실 복귀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87%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원에 승진 같은 혜택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들은 완전 재택근무, 전원 사무실 출근,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로 갈린다. 일부 기업은 팬데믹을 계기로 아예 사무실 구조를 자유좌석제로 바꾸고 부분 재택근무를 제도화하기도 했다. 일부는 아예 사무실 자체를 두지 않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팬데믹 이전 체제로의 회귀를 꾀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사무실이 아예 없고 전 직원이 원하는 곳에서 일한다. 집에서 일하는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신규 입사자에게는 수백만원의 지원금을 준다. 삼성SDS와 LG CNS, CJ올리브네트웍스, 크래프톤 등은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했다. 삼성SDS는 격주 단위로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크래프톤은 팀별로 주 1회 재택근무를 한다.

전원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선 기업 중 일부는 '특정시간대'를 함께 일하는 핵심 근무시간으로 정하되 일찍 출근하면 일찍 퇴근하도록 유연한 체제를 운영한다. 협업이 필수인 게임업계는 전원 사무실 근무가 대부분이다. 기획, 개발, 아트, 사운드 등 다양한 팀원들이 협업하며 신작을 내거나 업데이트를 하려면 재택근무로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재택근무 당시에는 신작 출시가 늦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며 "사무실 출근이 확실히 업무 효율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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