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역 파리行 야간열차 앞에서 포옹한 두 남자

손진석 기자 2023. 12. 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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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편집자 레터] 파리-베를린 구간 9년만에 재개통
부활하는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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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파리 사이를 지난 11일부터 운행하는 야간 열차 '나이트젯'. 이 구간에 야간 열차가 다시 등장한 건 9년 만이다. /AFP 연합뉴스

지난 11일 독일 베를린중앙역. ‘나이트젯(nightjet)’이라고 쓰인 열차 앞에서 두 사내가 서로를 끌어안았습니다.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부 장관과 폴커 비싱 독일 교통부 장관이었습니다. 본 장관을 태우고 저녁 8시 18분 베를린을 떠난 나이트젯 열차는 프랑크푸르트,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이튿날 오전 14시간 만에 파리 동(東)역에 도착했습니다.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본 장관은 “멋진 여정이었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저가 항공사에 밀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유럽의 야간 열차가 2020년대 들어 하나둘 부활하고 있습니다. 침대칸에서 하룻밤을 청하며 장거리를 이동하는 낭만 열차가 재등장하는 거죠. 베를린-파리 구간은 이날 9년 만에 재개통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유로피언 슬리퍼(European Sleeper)’라는 철도 기업이 브뤼셀-베를린 간 야간 열차 운행을 시작했는데요. 이 구간은 내년 3월 말부터는 드레스덴을 거쳐 프라하까지 노선을 연장합니다. 벨기에에서 잠들면 체코에서 깨어나게 되는 기차 여행이죠.

나이트젯 야간 열차가 운행을 시작하기 전에 플랫폼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즐거워하는 폴커 비싱(왼쪽) 독일 교통부 장관과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부 장관./AFP 연합뉴스

앞서 2021년에는 스톡홀름-코펜하겐-베를린 구간을 다니는 야간 열차가 거의 30년 만에 다시 등장해 유럽인들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파리-니스 간 야간 열차도 2017년 폐지됐다가 4년 만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죠. 이 외에도 유럽 각지에서 야간 열차 노선이 꽤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여행객들이 하룻밤 숙박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간 열차가 속속 재등장하는 이유는 ‘환경’과 ‘통합’ 때문입니다. 런던-파리 구간을 한 사람이 열차로 이동할 경우 비행기로 움직일 때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14분의 1에 그칩니다. 또한 독일·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은 야간 열차를 늘려 서로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고 ‘하나 된 유럽’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야간 열차로 유럽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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