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떼일 우려 줄이려 … 공인중개사 설명의무 강화
최근 대법원에서 다가구주택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더욱 확대한 판결이 선고됐다. 다가구주택은 과거부터 전세 사기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임차인이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임대인의 협조가 없는 한 다른 호수 거주자들의 보증금 액수, 임대차 기간,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그동안 공인중개사들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임대인에게서 들은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액수의 합계액을 적는 정도로 전세 계약을 중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대법원 판례 역시 그와 같은 경우다. 사건에서의 다가구주택은 총 16가구로 이뤄져 있었고 공인중개사는 전세 계약을 중개하면서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은 7억8000만원이고 실제 피담보채무액은 6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는 '임차보증금 총액: 6억원(임대인 구두 확인)'이라고만 기재했다.
또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에게 다가구주택의 매매가격이 18억5000만원이므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과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모두 합해도 이에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다가구주택에 대해 경매가 진행됐고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액수의 합계액이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이 알려준 6억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 밝혀졌다.
결국 경매에서 다가구주택은 12억원 정도에 매각됐고 배당 절차에서 다른 소액임차인, 근저당권 등에 우선 배당된 결과 본 사건의 임차인은 보증금을 전혀 회수할 수 없었다.
이에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게 들은 보증금 액수만 임차인에게 설명하고 실제 보증금 액수는 이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공인중개사에게 공인중개사법 제30조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지가 문제가 됐다. 원심 판결은 이러한 경우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무를 부실하게 한 것은 아니어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로서는 임대인이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에 대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가구 수, 인근 비슷한 부동산의 보증금 시세에 비춰 임대인이 알려준 보증금 총액이 실제와 다를 수 있고 많은 수의 소액 임차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대인이 알려준 보증금 총액만 적었을 뿐 그 내용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임차인에게 알리는 등으로 공인중개사로서 지켜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임차인으로서는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면 같은 조건으로는 전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라고 판시해 원심 판단을 파기 환송했다.
이제는 공인중개사들이 단순히 임대인에게 들은 전체 보증금의 액수를 알려주고 이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적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주변 다가구주택의 보증금 시세까지 고려해 임대인이 알려준 보증금 총액이 실제와 다를 수 있고 실제 보증금 총액은 그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야지만 공인중개사법에 따른 설명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또 기존에 다가구주택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경매 절차에서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경우 전세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손해배상 책임 보증을 한 공인중개사협회에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피해 금액의 회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대법원 판례와 공인중개사법이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전세 계약 시 이에 맞춰 거래 관행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구동윤 법무법인 참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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