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못 받았어요" 임차권 등기 4만7784건…전년比 3.9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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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집주인은 임차권 설정 및 보증보험 청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고, A씨는 결국 살던 집에 임차권 등기를 설정해야 했다.
올해 기승을 부린 전세사기, 역전세 등의 여파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임차권등기는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권리(대항력과 우선변제권)를 유지하기 위해 법원이 신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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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사고 건수도 1만7700건 3조9656억
정부, 7월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규제 완화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1. 서울 강서구에 사는 A씨는 기존 전셋집 주인에게 퇴거를 통보했으나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대신 집주인은 임차권 설정 및 보증보험 청구 과정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고, A씨는 결국 살던 집에 임차권 등기를 설정해야 했다.
#2. 신혼부부 B씨는 결혼 후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가기 위해 부동산에 집을 알아봐달라고 했으나 대부분의 주택에 임차권 등기가 걸려 있어 정상적인 매물을 찾기가 힘들다는 부동산의 답변을 들었다.
올해 기승을 부린 전세사기, 역전세 등의 여파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임차권설정등기(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총 4만7784건으로 전년동기(1만2011건) 대비 3.9배 급증했다.
월별로 봐도 올해 초 ▲1월 2339건 ▲2월 3094건 ▲3월 3822건 등 3000건 내외를 유지하던 신청 건수는 5월부터 4180건으로 4000건을 넘기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7월부터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집주인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도 임차권등기가 가능해지면서 신청 건수가 6165건으로 급증했고, 이후에도 계속 4000~5000건대를 유지하다가 ▲11월에는 5506건을 기록했다.
임차권등기는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권리(대항력과 우선변제권)를 유지하기 위해 법원이 신청하는 것이다.
임대차 계약이 끝난 시점에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임대인의 당연한 의무지만 보증금 반환을 미루거나 심지어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 임차권설정등기는 세입자에겐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로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심지어 아직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주택들은 임차권 등기명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수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보증 사고로 신고된 건수도 올해 11월까지 1만7700건, 규모는 3조96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진태인 집토스부동산 중개사업팀장은 "최근 전세 사기와 임대인 파산으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정부는 1년 간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의 규제를 완화하고 나섰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임대인들의 유동성이 풀리면서 급격히 다시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KB부동산의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3.3㎡당 전세 평균가격은 2308만5000원으로, 전월 대비 0.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3.3m²당 전세가격이 2300만원을 넘은 것은 올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역전세난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되겠지만 그렇다고 전세가격이나 매매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미 지난해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더 급락한 데다 빌라사기 여파로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전세보증금 반환대출도 집주인이 벼랑으로 내몰리지 않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버퍼(완충장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갭투자를 다시 늘릴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지켜주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선택으로 보이지만,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간과해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임대인을 구제함으로써 갭투기를 방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결국 750조원을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총량을 더 늘려 가계부채 위험을 더 높였다는 경고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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