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저성장 헤치고 … 부산 넘어 세계로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2023. 12. 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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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르노코리아·세운철강·대선주조…지역경제 버팀목 역할, 국가경쟁력 도약 선봉
부산항 북항 신선대부두에 많은 배가 동시에 접안해 컨테이너를 올리고 내리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올해 대한민국 기업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금융 비용 부담이 커졌다. 지속되는 경제 불확실성과 저성장 고착화에 따라 지역 기업은 더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대미문의 위기에서도 부산 기업은 꿋꿋하게 버티며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이들을 '2023 부산 베스트 기업'으로 선정했다. 올해 매경 부산 베스트 기업에 뽑힌 곳은 BNK금융그룹, 르노코리아자동차, 세운철강, 대선주조(지난해 매출액 순)다.

대한민국 대표 지역금융그룹 BNK

2011년 3월 대한민국 최초 지역금융그룹으로 출범한 BNK금융그룹은 '지역과 함께 세계로, 고객과 함께 미래로'라는 경영 이념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BNK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 9개 계열사를 주축으로 올해 9월 말 기준 그룹 총자산이 174조원에 달하며 자회사 9개, 손자회사(해외 현지 법인) 6개, 임직원 7848명을 거느리는 대한민국 대표 지역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BNK금융그룹은 지역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상생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지역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당기순이익의 11.6%에 달하는 3700억여 원을 투입해 취약계층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현안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다. 또 2021년부터 매년 지역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2조~3조원 규모의 '중소기업상생대출펀드'를 조성해 지역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있다. 2022년 8월부터는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캐피탈, BNK저축은행 등 그룹 내 4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위기 극복 동행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부산대표 제조기업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 대표 제조기업인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핵심 시설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가 지난달 새로운 모델인 '폴스타4'를 2025년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997년 완공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품질과 생산성 면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의 세계 20개 자동차 공장 중 생산 차량 100대당 불량 수, 공장 출하 차량에 대한 1대당 불량 수 등 주요 생산 품질 관리 지표에서 그룹 내 1~2위를 다투고 있다. 실제로 부산공장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닛산 로그를 북미 수출용으로 생산하면서 품질에 대한 닛산의 초기 우려를 해소하고 추가 주문을 받는 성과를 냈다. 부산공장은 미국, 유럽, 남미 등 주요 지역 자동차 업체의 생산성을 비교 분석한 보고서인 하버리포트(Harbour Report)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2016년과 2018년에 전 세계 공장 중 각각 8위와 6위에 올랐다. 특히 7개 차종을 혼류 생산하는 복잡한 시스템에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한 점이 주목받았다.

르노코리아에도 폴스타4 생산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적으로는 공장 가동률 향상과 생산 고정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전기차 전략에 관해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기준 부산시 전체 수출액의 13% 이상을 차지하며 부산·경남지역 경제에서 큰 축을 책임지고 있다.

냉연철강의 강자 세운철강

부산의 대표적 중견기업인 세운철강이 연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다. 1978년 신정택 회장이 설립한 세운철강은 부산에 본사를 둔 향토기업으로, 영남지역에서 자동차, 가전, 발전설비, 조선 등 산업군에 냉연철강 제품을 공급하는 포스코 최대 가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매출처는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중공업, 고려용접봉으로 70% 이상이 대기업이다.

부산과 창원, 울산, 포항에 각각 설립된 세운철강 공장은 지역별로 특화된 설비와 품질 관리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2012년에는 회사 창립 34년 만에 냉연철강 누적 판매량 1000만t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철강 가공 판매업체 가운데 처음 세운 기록이다. 과거 포항제철소가 처음 가동됐을 당시 연간 생산 규모가 100만t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철강 제품 2차 메이커가 누적 판매 1000만t을 달성한 것은 철강업계에서 경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세운철강의 목표는 2025년까지 매출 1조원을 올리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광양공장을 완공하면서 이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세운철강 광양공장은 광양국가산단에 용지 8만㎡(약 2만4400평), 공장동 2만㎡(약 6047평), 사무동 1200㎡(약 362평) 규모로 들어섰다. 이는 부산, 창원, 울산, 포항에 이어 5번째 가공센터이며 기존 4곳보다 규모도 훨씬 크다.

동남권 대표 향토기업 대선주조

동남권을 대표하며 93년 역사를 자랑하는 향토기업 대선주조는 제조업 혁신과 친환경 활동, 협업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대선주조의 주력 제품 '대선'은 탁월한 맛과 독보적인 깔끔함으로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대선은 2022년 1월 과당 제로 소주로 리뉴얼하면서 식음료 업계의 무가당 트렌드 중심에 섰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원적외선 숙성 공법으로 목 넘김이 부드러운 소주를 구현했으며, 최고급 식물성 감미료 토마틴 함량을 2배 늘려 제품의 풍미를 향상시켰다. 올해 국내 최대 주류 품평회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7년 연속 대상을 받으며 제품의 뛰어난 품질을 재입증했다. 스마트 첨단 지능형 공장을 구축해 제조업 혁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선주조는 2021년 식음료 부문에서 유일하게 정부 주관 'K-스마트등대공장' 사업에 선정된 후 국내 최초로 세계 등대공장을 세운 포스코DX와 기존 생산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작해 내년 완공을 앞뒀다. 이를 통해 미래 식음료 산업생산·설비·품질 등 공장 운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고, 다관절 로봇을 활용한 공정 물류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비전검사기, 산업 제어 보안 시스템, 빅데이터 분석 체계 등 지역 중소기업의 스마트 혁신을 이끌 방침이다. 대선주조는 친환경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환경단체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쓰줍인)'과 부산 서면 일대에서 플로깅(조깅+쓰레기 줍기)을 진행했고, 올해 8월엔 광안리 해변 정화 활동을 함께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상권을 깨끗하게 만들어 환경 보호와 상권 홍보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부산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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