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뛰어들었다"…TSMC·마이크론도 찾는 日, 韓 넘어 '반도체 강국' 될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일본 요코하마시에 400억엔(3600억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연구 개발 거점을 세우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일본이 한국을 넘어 다시 '반도체 강국'으로 일어설지도 관심사다.
21일 NHK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 일본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 지구에 400억 엔(약 3630억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신설한다. 이곳에서 약 100명의 현지 기술자 등을 채용해 '반도체 패키지'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 투자액의 절반인 200억 엔(1800억원)을 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원안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일본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데는 기시다 총리가 자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삼성전자를 설득하고 나서면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월 18일 총리관저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의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일본에 투자해 달라고 호소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기시다 총리의 요청에 화답해 요코하마시에 300억엔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연구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거론된 투자금액보다 100억 엔을 더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일본 투자를 확대한 데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장비·부품에 여전히 강한 만큼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에 이득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일로 일본이 '반도체 강국'으로 다시 일어설지 주목된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3대 메모리 기업을 보유하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한국과 대만에 밀리면서 지금은 그 위상을 잃어버렸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반도체 투자에 사활을 걸었다. 반도체 부흥을 위해 일본 내 기업이 손을 잡고 연합체인 '라피더스'를 만들었고, 정부는 매년 3000억 엔(2조7000억원) 규모 지원금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는 빠른 성장을 위해 국내 공장 건설 시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며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실제로 대만 TSMC가 지난해 일본 소니, 덴소와 설립한 합작법인 JASM은 일본 구마모토현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5000억 엔(4조8천억원)을 투자해 일본 히로시마현에 차세대 D램(10나노 6세대) 공장을 증설한다. 인텔 역시 일본 내 연구개발(R&D) 거점 센터 개설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기현에는 대만 PSMC가 투자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칩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방일해 일본에 연구와 개발 거점을 설치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등 각종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전역은 말 그대로 반도체 생산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하며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통과된 추경안에는 공장 건설 등을 뒷받침한다는 명목의 반도체 보조금 1조5450억엔(14조원)이 포함됐다. 구마모토 TSMC 공장의 경우 일본 정부가 4760억엔(4조3000억원)을 건설 보조금으로 지급했고, TSMC는 이를 통해 통상 5년이 걸리는 건설 공정을 2년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구마모토 TSMC는 내년 2월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반도체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라며 "해외 기업의 일본 러시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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