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이야기](32) 송출산업의 권력과 힘의 균형이 변화하고 있다.

2023. 12.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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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퇴근길 지하철에 올라탄다. 겨울 특유의 다양한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한다. 앉을 자리를 찾아 잠시 걷다가 그냥 서 있기로 했다. 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들고 숏츠를 보고, SNS를 둘러보고, 밀린 카톡을 확인한다.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지하철에 대다수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잠시 부모님에게 안부 인사를 한다. 엄마도 스마트폰을 삼성TV에 연결해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도착해 아내와 아이들에게 인사를 한다. 아내는 유튜브로 역사 공부를 하고,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면서 아이돌 춤을 추고 있다.

본방 사수, 재방의 개념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1995년 최고 시청률 64%를 기록했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송되는 날이면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인구의 약 64%가 TV 앞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2004년 '대장금' 57%, 2016년 '도깨비' 20% 시청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스토리는 더욱 탄탄해지고, 배우의 연기력, 촬영기술은 더욱 좋아졌는 데 역설적으로 시청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시청률은 텔레비전에서 특정 프로그램이 시청되고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송출 사업을 하고 있는 방송국에서는 광고 요금 결정과 광고 효과 측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이와 비슷하게 지면 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사 또한 신문 발행 부수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알리는 송출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나라의 생각, 누군가의 생각, 문화콘텐츠, 사연 등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매우 한정적이고 특권이었고, 권력이었다. 그 만큼 송출산업은 국가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고, 현재도 그렇다. 다만, SNS가 나오면서 많은 사람에게 무언가 알릴 수 있는 송출산업은 위협받기 시작했다. 나의 생각을, 누군가의 생각을 많은 사람에게 쉽게 알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가 송출산업은 공신력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이러한 공신력도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송출 산업에 접근하고, 누구나 송출자로 시장에 참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앞 철물점 사장님의 집수리 영상, 압구정의 깡패를 방송하는 사립 탐정,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 단속을 하는 사람, 춤추고, 노래 부르고, 책을 읽고, 게임도 한다.

무한한 콘텐츠의 홍수에서는 송출산업의 공신력도, 권력도 속수무책이다. 결국 시청자들은 콘텐츠를 나에게 필요한 정보, 재미, 개인취향 중심으로 소비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성향은 송출사업을 하는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의 취향을 더욱 강화하고 세뇌시키고 있다.

송출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 콘텐츠 세상이다. 콘텐츠는 정보와 재미를 핵심 요소로 두고 있다. 이제 우리 부모님은 세상이야기 보다 건강,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이러한 정보는 유튜브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다양한 콘텐츠로 접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하니 몇 번 보다 보면 콘텐츠를 찾을 필요도 없다. 정해진 시간에 내가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보면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TV 세상이 아닌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어떨까? 5초 광고 보기도 싫어한다. 그리고 제작된 시대와 상관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한다. 우리에게 추억의 1990년대는 그들에게 또 다른 문화로 다가가고 있다. 시대와 환경을 넘다드는 콘텐츠의 다양성은 이제 현상이다. “저게 뭐가 재미있어?”, “그건 니 생각이고” 개개인의 취향이 세분화 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시장에서 원하고 있다.

이제 송출권은 권력과 힘이 아니다. TV는 화질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정보와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기억하라. 새로운 기술이 일상이 되었을 때는 기성산업과 신산업간 시장을 놓고 전쟁을 치루고 있거나 새로운 방법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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