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후 복부나 사타구니에 통증 있다면··· ‘이 질환’ 의심해야

김태훈 기자 2023. 12. 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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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늘어나는 음주 모임에서 과음이 이어지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연말연시 과도한 음주 후 통증이 느껴진다면 어떤 병부터 의심해봐야 할까. 상복부에서 시작한 통증이 등 쪽으로 뻗어 나간다면 급성 췌장염일 수 있다. 사타구니 쪽 통증이 느껴지거나 양반다리 자세가 힘들어지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야 한다.

과음 후 복부에 평소와 다른 통증이 발생하면 급성 췌장염일 가능성이 있다. 오동욱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음할 경우 췌장은 알코올을 대사하기 위해 췌장액을 더 과하게 분비한다”며 “이때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다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해 췌장 세포를 손상하는 것이 급성 췌장염”이라고 설명했다.

급성 췌장염으로 나타나는 복통은 명치나 배꼽 주변에서 느껴지다가 점차 등이나 가슴, 아랫배 쪽으로 뻗어 나가는 특징을 보인다. 췌장이 등 뒤쪽에 있기 때문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더 심해지고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심한 경우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음식물을 소화해야 할 췌장액이 췌장 자체를 손상하면서 췌장 괴사·농양, 담관 폐쇄, 다발성 장기부전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과음 후 급성 췌장염 증상이 있으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본적인 치료 방법은 금식을 통해 췌장을 쉬게 해주면서 수액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환자의 80% 정도는 치료를 받으면 수일 내에 큰 합병증 없이 회복되지만, 20% 정도는 중증 췌장염으로 진행돼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오동욱 교수는 “급성 췌장염이 반복된다면 췌장암의 주요인인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치료 이후에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간 과도한 음주를 한 사람이 걸을 때 사타구니 쪽에서 통증을 느끼거나 양반다리 자세를 취하기 힘들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야 한다. 이 질환은 허벅지뼈(대퇴골)에서 골반과 연결되는 머리 부분이 혈액의 순환 장애 때문에 강도가 약해져 무너지면서 발생한다. 김철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술은 혈관 내에 지방을 쌓이게 하고, 대퇴골두에 혈액이 통하지 않게 해 무혈성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며 “보통의 고관절 질환과 달리 이 질환은 음주를 많이 하는 20~30대 젊은 남성들에게도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나 증상이 없다가 괴사 부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사타구니 쪽 통증으로 이 질환이 의심되면 X선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괴사가 일어난 위치와 크기를 알아볼 수 있다. 괴사의 크기가 작거나 위치가 나쁘지 않고, 통증이 있어도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특별한 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한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중 괴사 부위가 크거나 함몰이 진행된 경우에는 대부분 인공 관절 치환술을 시행한다. 김철호 교수는 “관절을 보존하는 수술법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적용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아 최근에는 제한적으로 시행한다”며 “인공 관절 치환술은 망가진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 관절을 삽입하는 수술로 결과가 우수해 현재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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