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드 공유? 단호한 수원 삼성 "수원FC의 희망 사항...전혀 공감 못한다"

고성환 2023. 12. 21. 15: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수원, 지형준 기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는 수원 삼성 팬들.
[사진] 수원월드컵경기장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OSEN=고성환 기자] 수원 삼성이 수원FC의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 공동 사용 추진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수원FC는 다음 시즌부터 수원 삼성과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순호(61) 수원FC 단장은 21일 OSEN과 통화에서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좋은 경기장인 만큼 두 팀이 써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사실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빅버드 공동 사용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수원FC는 김호곤 전 단장 시절부터 축구전용구장인 빅버드를 함께 활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난 1월에도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김호곤 전 단장은 시민들이 수원종합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해 항의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대안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 사용을 주장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역시 "팬서비스를 위해서는 또 하나 갖고 있는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며 "도지사, 수원 삼성과 잘 상의해서 중요한 경기에만 사용하거나 혹은 아예 전용구장으로 사용하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실이 되진 못했다. 양 팀 팬들의 반발이 거셌고, 수원 삼성 측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제반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도 컸다. 결국 수원FC는 별다른 변화 없이 2023시즌에도 수원종합운동장(캐슬 파크)을 홈으로 사용했다.

[OSEN=수원, 박준형 기자] 9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023 2차전 수원FC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진행됐다.후반 수원FC 최순호 단장이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12.09 / soul1014@osen.co.kr
[사진] 수원종합운동장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최순호 단장이 다시 한번 화두를 던졌다. 그는 수원 축구는 물론이고 K리그 전체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원 삼성과 수원 삼성 팬들께서 정말 좋게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 마음을 열고 좋은 구장인 월드컵경기장을 함께 쓴다면 수원 시민과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 발전과 K리그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순호 단장은 "수원 삼성은 프로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오래된 팀이고 성과도 많다. 수원FC는 아마추어로 시작해서 프로로 전환한 지 이제 10년 됐다. 발버둥 치는 팀이다. 그러면 오히려 수원 삼성 구단이나 팬들께서 앞으로 이 좋은 운동장을 가지고 원정팀을 포함한 모든 K리그 선수들과 팬들이 편리하게 좋은 운동장을 공유하고 좋은 경기력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수원 축구가 발전하고, 프로 축구가 발전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그런 부탁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다수 언급했다. 최순호 단장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인터 밀란과 AC 밀란이 함께 쓰는 쥐세페 메아차(혹은 산시로)를 비롯해 두 팀이 공동 사용하는 35개 구장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함께 사용하는 게 당연히 효율적이다. 이탈리아는 한 팀이 홈에서만 30경기 이상을 치른다. 그런데 우리는 20경기에 불과하다. 전혀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최순호 단장은 진작에 논의됐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내가 추진하려고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관리단체나 우리를 관장하는 여러 곳에서 추진했어야 한다.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경기장을 수원 시민들과 축구팬, 선수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힘줘 말했다.

[OSEN=수원, 김성락 기자]

그러나 수원 삼성 측의 생각은 다르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OSEN과 통화에서 빅버드 공유 방안에 대해 "수원FC의 일방적인 입장이다. 우리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경기장을 같이 쓴다면 마케팅 수익과 팬분들이 얼마나 줄어들지 심각히 우려된다. 예컨대 오늘 오전에도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스폰서에서 전화가 왔다. 같이 쓰게 되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빅버드를 함께 쓰면 수원 삼성으로서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수원 삼성 관계자는 "경기장을 같이 쓰면 입장 수익이라든가 스폰서 비용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빅버드는 20년이 넘도록 우리 아이덴티티를 입혀둔 구장이다. 그런 게 모두 훼손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방적인 희생을 하게 된다"라고 반박했다.

수원FC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단계도 아니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우리에게 요청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 최순호 단장님께서 희망 사항을 인터뷰한 것 같다. 우리 입장은 단호하다. 수원FC의 논리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 수원월드컵경기장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OSEN DB] 지난 2021년 7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수원 삼성과 수원FC.

최순호 단장은 수원FC가 빅버드를 사용하면 팬들의 편의와 경기력 향상을 모두 챙길 수 있다며 축구 발전과 직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원 삼성 관계자는 "수원FC의 논리는 일방적이다. 우리에 대한 배려나 고려가 없는 논리다. 잔디도 큰 문제가 되겠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축구 발전이라면 모두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경기장을 같이 쓰면 수원FC는 좋겠지만, 우리는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면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항의했다.

현재 빅버드 공동 사용 추진은 수원시 공식 입장과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삼성 관계자는 "빅버드 공동 사용은 수원FC 측의 희망 사항 같다. 오늘 오전에 수원시에 전화해서 입장을 확인했다. 수원시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수원 삼성 관계자는 각자 사용할 수 있는 구장이 있다면 따로 쓰는 게 최선이지 않겠냐고 역설했다. 그는 "AC 밀란과 인터 밀란이 서로의 발전 때문에 같이 있겠는가. 나갈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같이 사는 것이다. AS 로마도 전용구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팀마다 전용 구장을 갖는 게 최선이다. 마치 같이 써야 더 발전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로마는 오래전부터 스타디오 올림피코를 떠나 자신들만의 전용 구장을 짓길 원하고 있다.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지난 2017년에는 새로운 경기장 신설을 승인받아 '스타디오 델라 로마'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AC 밀란과 인터 밀란 역시 새로운 구장을 만들어 갈라서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시의회의 반대로 신축 경기장에서 동거를 이어가기로 했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