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간병파산’ ‘간병살인’ 사라질까···정부, 간병비 대책 발표

김향미 기자 2023. 12. 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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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 당정 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요양병원 간병 지원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7년 전국 단위에서 제도화기로 했다. 보호자 없이 병원에서 간병까지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확대, 이용자를 현재 230만명에서 2027년 400만명까지 늘린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통해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가족이 간병하거나, 사적 간병인을 고용한다. 지난해 사적 간병비 규모는 10조원으로 추정됐다. 간병비가 비쌀 때는 하루 20만원, 한달 450만원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간병파산’ ‘간병살인’ 등은 사회적 문제다.

정부 대책 중 요양병원 간병 지원을 제도화한 게 눈에 띈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기존 ‘간병 지원 제도’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및 장기요양보험(요양시설·재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1년6개월간 국고 240억원을 투입해 요양병원 10곳에서 6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인다. 대상환자·선정방식·환자당 간병인력 배치기준 등을 검증한다. 이어 2026년까지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수요와 소요 재원을 정밀하게 추계한다. 2027년 1월부터 전국에서 본사업으로 적용한다.

모든 요양병원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료·요양통합판정방식을 통해 의료·간병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대상자로 선정한다. 현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중증도별 5개)상 최고도·고도 환자이면서 장기요양 1·2등급 수준이다. 현재 두 기준을 충족하는 요양병원 환자는 약 2만5000명이다. 다만 기존에는 의료필요도를 병원이 분류한 것과 달리 정부 사업에서는 외부기관이 맡는다. 여기에 병원 지원 기준도 있어 대상자가 예상보다 줄 수 있다. 의료필요 최고도·고도 환자가 다수(예, 50% 이상)인 병원만 지원 대상이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비용을 지원하지 않고 직접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병인은 요양보호사 또는 일정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맡는다. 그간 환자·보호자가 알아서 간병인을 고용했지만 이 사업에선 병원 및 의료진이 간병인을 지휘·감독한다. 의료필요도 고도환자는 최대 180일까지, 초고도 환자는 180일 지원 후 본인부담률을 매월 10%포인트씩 인상하는 식으로 지원한다.

관건은 재정 확보다. 시범사업은 우선 국고로 진행 하는데 향후 본사업 때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려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연구원 추계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환자들의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하면 매년 최소 15조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도입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일반병동의 약 2배로 가산 수가를 지급한다. 간병비는 사적 간병비의 5분의 1 수준이며, 간호사당 환자 비율도 일반병동보다 낮아 환자·보호자, 간호사들의 상대적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정부는 내년 상급종합병원 및 500병상 이상 병원의 통합병동에 중증환자·치매환자 전담병실(4인실)을 도입한다. 전담병실은 인력배치 기준을 높여 간호사 1명이 환자 4명을, 간호조무사 1명이 환자 8명을 돌본다.

그간 의료기관 내에서 경증환자가 이용하는 병동에서 주로 서비스를 제공해 간병이 더 필요한 중증환자들은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5년부터 병동 단위로 하던 서비스를 병원 단위로 바꾼다. 수술 당일·익일 환자, 소아 환자는 정서적 돌봄이 필요하기에 보호자 상주를 허용한다.

종합병원도 상급종합병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간호사 배치 기준(1대 7~10→1대 5~7)을 높인다.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수를 현 25~40명에서 12~20명으로 줄인다.

지역·중소병원 참여를 유도한다. 성과평가 지원금 규모를 2배 이상 높인다. 수도권 및 광역시 제외 지역 종합병원·국립대병원의 통합병동 간호사는 1인당 월 30만원(3년간)을 지원한다.

쏠림 방지 차원의 ‘상급종합병원 4개 병동’ 제한은 푼다. 2026년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이 제한을 해제하고, 수도권은 6개 병동으로 확대한다.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통합병동을 늘리면 환자와 간호사 인력 모두 쏠림 우려가 있어 모니터링을 하면서 (서비스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집에서 지내는 환자들의 간병 수요도 크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방문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택의료기관을 전국 시군구당 최소 1개 이상 설치한다. 대상자도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에서 내년부터는 ‘퇴원 환자’까지 확대한다.

간병인을 관리하는 공적 체계도 만든다. 간병인력 공급기관 기준을 마련해 등록제를 시행한다. 또 간병인 대상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한다. 환자와 간병인 간 갈등·분쟁을 줄이기 위해 표준계약서 작성 등을 지원한다.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 좋은데···중증환자는 이용 못하나요?”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05011628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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