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유지" vs "뒤집힐 것"…서거석 항소심 향방은?
검찰 "李 위증 연습 정황 확보"…서 교육감 측 회유 의혹 수사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의 핵심 증인인 이귀재 전북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증인 신청이 결국 기각됐다. 하지만 공교롭게 같은 날 이 교수는 위증 혐의로 구속됐다.
이 교수의 증인 신청 기각과 구속영장 발부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서 교육감의 항소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서 교육감 사건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 19일 이 교수에 대한 검찰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교수가 이미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진술했고, 항소심에서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법조계에선 항소심 재판부가 대법원 관련 판례를 근거로 이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판례는 '공판 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해 유리한 증언 내용을 추궁하고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 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현행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는 내용이다.
이 교수의 증인 신청이 거부되자 서 교육감의 항소심 재판도 1심과 같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위증 혐의로 이 교수가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증인 신청이 기각된 날, 전주지법 이해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위증 혐의로 입건된 이 교수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자 '서 교육감 측 측근이 폭행 피해자로 지목된 이 교수에게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는 가설 상당 부분이 입증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검찰이 이 교수의 증인 신청을 다시 재판부에 요청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검찰은 이 교수의 위증 혐의와 관련해 위증 계획 등이 담긴 녹취록과 메모지를 비롯한 48가지 증거물을 서 교육감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교수가 서 교육감 1심 재판 증인 출석을 앞두고 사전에 위증을 연습한 정황이 담긴 기록도 증거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 시각은 엇갈린다. 1심과 같이 무죄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긴 하지만, 검찰이 위증 혐의로 이 교수를 구속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서 교육감이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판사 출신 도내 한 변호사는 "1심 재판 때 나온 증인을 항소심 재판에 다시 부르는 경우는 드물다"며 "서 교육감 측과 이 교수 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더라도 핵심 증인(이 교수)의 진술이 계속 오락가락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증거가 없는 한 1심 판결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도내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1심 때 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물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다"며 "해당 증거물이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라고 판단하면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검찰은 이 교수의 증인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이 교수가 위증을 한 배경에 서 교육감 측의 회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교수의 구속 기한(20일) 안에 서 교육감이 위증교사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서 교육감 측은 선거 과정부터 경찰·검찰·법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교수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 교수와 연락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 3월24일 서 교육감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거짓 증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교육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제기한 '동료 교수 폭행 의혹'에 대해 방송 토론회나 SNS 등에 "어떤 폭력도 없었다"며 부인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폭행 의혹 사건은 지난 2013년 11월18일 오후, 전주의 한 식당에서 발생했다. 당시 서 교육감은 전북대 총장이었다.
피해자로 지목됐던 이 교수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폭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법원에선 "묵직한 것에 부딪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폭행 당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이에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지난 8월25일 "이 교수의 진술은 수차례 번복된 만큼, 신빙할 수 없다.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서 교육감이 폭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 이후 검찰은 '서 교육감 측이 이 교수에게 위증을 부탁했다'는 이 교수 지인의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 10월10일 이 교수의 자택과 대학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 교수는 현재 위증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교육감의 항소심 속행 공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전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 교수의 증인 신청 기각과 구속이 서 교육감 항소심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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