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디미고 지원자 ‘불법 이중지원’ 들통… 교육부 뒷북 대책
디미고 지원자 들통에 당국 뒤늦게 대책 마련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2024학년도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한국디미고) 입학 지원을 한 복수의 수험생들이 현행 법률이 금지하는 ‘이중지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지원이 확인된 학생들은 불합격 처리됐다. 교육부는 뒤늦게 이중지원 현황 파악과 함께 개선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일부 입시 학원들은 적발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수험생들에게 이중지원을 권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IT특성화고인 경기도 안산 소재 한국디미고(전기고등학교) 입학 지원자 가운데 불법이중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사실은 일부 학부모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 한 것이 교육청 조사로 이어지면서 파악됐다. 이중지원 확인 사례는 2건(2명)이다. 이 가운데 합격자 1명은 합격 취소 처리됐고, 나머지 1명은 전형 과정에서 이미 탈락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등학교는 입시 시기에 따라 전기·후기고로 나뉜다. 후기고보다 일찍 입시를 시작하는 전기고는 한국디미고와 같은 특성화고 외에도 과학고, 마이스터고 등이 있다.
한국디미고는 높은 대학 입시 결과로 수험생들 사이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 지난해 기준 한국디미고 출신 가운데 서울대 입학생은 8명, 카이스트 입학생은 4명이었다. 올해는 모집정원 122명에 574명이 몰려 경쟁률 4.7대1을 기록했다. 한국디미고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도 있다.
올해 자녀가 한국디미고에 지원한 학부모 최모(56)씨는 “자녀가 2년 넘게 인천에서 안산까지 월 40만원의 한국디미고 전문 학원을 다니며, 면점과 시험을 준비해왔다”며 “전형이 쉽지 않아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경쟁과 인기가 높은데 불공정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전기고 불법 이중지원 관행 개선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고등학교나 교육청에서 전기고등학교 이중지원을 사전에 확인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시·도교육청과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전기고는 1곳만 지원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에 근거해 각 교육청은 매년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통해 “전기고등학교 중에서 1개 학교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접수일자와 전형시기, 합격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 고등학교 입시 과정에서의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정작 수험생들 사이에선 전기고 이중지원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고는 통상 8월께, 특성화고는 11월께 전형을 시작하는 차이를 이용해 과학고 탈락 시 특성화고에 지원하는 등이다.
불법인 전기고 이중지원이 가능한 것은 이를 사전에 걸러낼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청들은 관련 공문이나 연수를 통해 관내 중학교에 이중지원 금지 제도를 안내하고 있지만, 단순 안내에 그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선 관내 중학교에 대한 데이터만 가지고 있어 다른 지역에 지원을 했는지 여부는 관리할 방안이 없다”고 했다. 한국디미고 관계자 역시 “입시 원서 작성 때도 이중지원 금지를 공지하고 있지만 사실 학교에서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학원가에서 이중지원을 독려해온 정황도 있다. 학부모 A씨는 “강남 소재 고등학교 입시 학원에선 과학고에 탈락하면 디미고에 지원하면 된다며, 학원 수강생 절반 정도는 이런 방법을 써왔다고 홍보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디미고에서 이중 지원 사례가 확인됐지만 전국 단위 규모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전국 단위 조사가 실시되면 유사 이중지원 사례가 더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시·도교육청 데이터를 취합해 대조하려면 너무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에 어려운 지점이 있어, 담당 부서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법이 금지한 이중지원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한 의구심 해소를 위해선 이중지원 정황 사례에 대해 교육부가 나서서 전수조사해야 교육부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조속히 단속하지 않는다면 수험생 사이 더 많은 경쟁과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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